첫 번째 이야기, 부탄에 가기까지

부탄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첫 번째 이야기, 부탄에 가기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면 충분하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강연을 안내 받았다. 행복한 나라 부탄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주최 단체의 평소 활동과 잘 매치가 되지 않는 강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부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부탄=행복’으로 기억되고 있었고 ‘첫 눈이 오면 공휴일인 나라’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듣고 있었다. 방문자를 제한하기 위해 입국비용을 받기 때문에 여행비용이 비싸다는 이야기마저 동화처럼 들리는 나라였다.

 

 다른 일이 생겨서 강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강연자가 쓴 <부탄, 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작고 아담한 책인데 책값은 2만원이었다. 부탄은 여행비용이 비싼 것처럼 책값도 비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경제발전론, 정치경제학 등을 가르쳐 왔으며, 충남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고 현재는 지역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분이었다. 충남발전연구원에 재직하던 2011년과 2013년에 부탄을 연구하고, 2015년에는 두 달간 부탄에 체류하면서 부탄의 행복정책을 연구했다고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충남발전연구원, 그리고 행복연구! 어떤 성격의 연구였는지, 저자가 어떤 분인지 배경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자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현하는 나라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런 나라가 있었나? 헌법에 국토의 70% 이상을 산림으로 보호해야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것도 특이했다. 이 모든 것을 4대 국왕의 현명함으로 만들었으며, 국체를 입헌군주국으로 변화시켜 절대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있던 중에 부탄 방문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가 한-부탄 수교 30주년이라서 특별히 할인된 금액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렸다. 할인된 비용이 360만원. 유럽도 다녀올 수 있는 돈이라는 계산이 잠시 스쳤지만 손은 이미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부탄방문을 준비한 곳은 공정여행을 모토로 하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총 4차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1차에는 <부탄, 행복의 비밀>의 저자인 박진도 이사장이 동행하는데, 이미 마감이라고 했다. 아쉬웠지만 2차 여행을 예약했다.

 공정여행이란 여행객이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여행사부터 멋지다. 7월 27일부터의 7박 9일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시작됐다.

 설렘은 컸지만 다른 일들 때문에 연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부탄과 부탄의 행복지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했다. 그 뒤에 박진도 이사장의 강연을 한 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출발일을 맞아야 했다. 여행일정은 하드코스였다. 오가는 길 모두 방콕에서 트랜짓. 공항에서 무려 8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항공스케줄이었다. 그것도 새벽시간, 또는 밤중에! 나중에 알아보니 부탄에는 자국 항공사만 들어가는데, 그 비행기가 방콕으로 하루에 한 번 밖에 없어서 그 스케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럴거면 방콕일정을 하루 잡아 줄 것이지’라고 투덜대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방콕에서 바꿔 탄 부탄항공도 직항이 아니고 인도 콜카타를 거쳐서 간다. 부탄은 어디고 콜카타는 어디지? 인터넷 검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지리공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인도 북동부 콜카타에서 인디언들은 다 내리고 부탄으로 간다. 완전 시골 완행버스 분위기다. 항공사 잡지를 펼치니 창밖으로 히말라야 연봉이 보인단다. 그 순간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구름바다 저 너머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멋지다!

 그러나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도착이 가까워지고 고도를 점점 낮추자 부탄의 산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 트랩을 내려서는데 눈부신 하늘이 다가왔다. 깨끗한 공기, 푸른 하늘, 초록의 산천! 샹그릴라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나라 부탄에 도착한 것이 실감났다.

 

 7월 27일 21시 45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8일 9시 25분에 부탄 파로공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행복한 나라, 부탄 공정여행이 시작되었다.

 

 

 
글·사진 | 윤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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