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인

 

 

 

 
꽃배
 
 
장롱 구석에 잠이 든 꽃신 한 켤레
열두 폭 치마에 숨겨둔 붉은 연정
여자로 떠나고 싶었던 그녀의 꽃배
 
그늘진 담벼락에 기대 선 초라한 포장마차
십원짜리 풀빵 굽는 투박한 손등
그 위로 떨어지는 오십촉 백열전구 앞에서
뿌연 담배연기와 막걸리로 훈기와 수분을 더해
사내의 손바닥 안에 계절과 상관없이 매화 난초가 피는 동안
여자는 갈라진 발뒤꿈치 붉은 핏물로 꽃을 피웠다
 
시퍼런 바람이 꽃배를 흔들어대고
사내가 화투장 속에 시간을 담는 동안
의미를 잃은 계절들을 딛고 선 언 발
일 년 열두 달
남루한 버선 투박한 털신 속에 감춰둔
장롱 속 꽃신 여자의 시간에는
좀약 냄새 향기로 배어든 곰팡이꽃이 피었다
 
겨울바람 휘감아 두른
봄,
그 아픈 봄
장롱 속에서 숨을 멈춘 여자의 꽃배
뒤꿈치에 붉은 꽃 담고
재가 되어 바람 끝으로 날다
 
 
 
  
 
 
프로필
 
 
임주희
 
2006년 문학세계로 등단
12년 부천예술상
13년 부천시 문화예술 공로상
15년 경기예총공로상
 
현) 부천문협 부지부장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시집 - 푸른화형식
 
e메일 : gpfk07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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