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두 번째 이야기

 부탄의 수도 팀푸

부탄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 두 번째 이야기

 

 

 작은 시골공항이다. 그러나 부탄 유일의 국제공항이다. 전에 가 보았던 평양, 또는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 같다. 날씨도 덥지 않고 딱 좋았다.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 버스를 탔다. 학원 버스보다 더 작다. 40명이 출발한 여행팀을 둘로 쪼갰건만 가이드까지 합치니 보조석까지 펼쳐야 다 앉을 수 있었다. 부탄의 도로가 좁아서 이것보다 큰 차는 다닐 수 없단다.

 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수도 팀푸까지는 50km다. 부탄의 인구는 75만, 수도 팀푸에 12만 명 정도가 산다고 한다. 이동 중의 산천은 정말 깨끗하고 이국적이었다. 계곡 옆 산허리를 잘라 만든 꼬불꼬불한 길을 달린다. 중앙선도 없다. 이러니 한 시간이나 걸린다. 전통 방식의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시골길이다. 집집마다 펄럭이는 오색의 깃발은 불교경전을 적은 것이라 하고, 산 중턱에 꽂혀있는 하얀 깃발들은 망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 했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나라라는 실감이 난다.

 팀푸에 도착했다. 긴 계곡 안에 도시가 만들어졌다.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집들이 많아졌다. 6층 이상은 못짓게 한단다. 도로는 여전히 좁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전통복장이다. 남자는 허리띠를 맨 한 벌 옷인데 무릎이 나오는 치마형태이고 그 아래 검정색 긴 양말을 신었다. 여자들 옷은 우리의 치마저고리 비슷한데 색상이 천연색으로 곱다. 나중에 듣고 보니 관공서 출입, 등교, 출근 등에 전통복장 입는 것이 규정으로 있다고 한다. 어쨌든 정겹게 손을 흔들어 주니 기분이 좋다.

 시내의 식당에 도착했다. 맙소사, 모든 음식에 고수를 뿌려준다. 찰기 없는 동남아 쌀로 지은 밥과 감자볶음, 닭조림 같은 소박한 반찬들이다. 매운 풋고추를 길게 잘라 치즈와 볶은 반찬이 입맛을 지켜준다. 여행 내내 친해질 것 같은 반찬이다. 시내의 길도 좁기는 마찬가지다. 책에는 ‘신호등이 없는 도시’라고 되어 있는데, 길이 좁으니 굳이 신호등이 필요 없기도 하겠다. 어떤 곳에서는 차가 밀리기까지 한다. 자동차의 매연도 지독하다. 아직 환경규제가 없는 것 같다. 이 좋은 공기를 매연으로 더럽히다니….

 오후에는 농산물 시장을 비롯한 시내투어를 나섰다. 오이, 호박, 마늘, 고추 등 재배하고 판매하는 작물들이 거의 비슷하다. 생활이 그리 풍족하지 못할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그리 누추하지는 않다. 저녁에는 따로 시내를 나가보았다.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전통복장이 아닌 사람들도 많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평화롭게 드러누워 있던 개들이 밤이 되니 조금씩 활기가 있어 보인다. 도축을 하지 않는 이 나라는 완전히 개들 세상이다. 새벽에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산책을 나섰다가 눈이 마주친 개들이 짖으며 따라오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병들고 다리를 다친 개들도 많았다.

 밤에 호기심으로 들른 가라오케는 조명이 어둡다. 하나 뿐인 무대에서 노래 한 곡 하려고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서점에서 산 신문에는 성매매 종사자가 4~500명이 될 것이라는 기사도 있고, 16세 소녀에게 휴대폰을 사준다며 유인하여 강간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도 있다. 실업과 도시화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한다. 우리 가이드는 월급이 300달러인데 집세로 200달러가 나간다고 했다. 여기도 힘들게 살아가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푸에서는 행복연구소를 방문했고 여러 개의 사원을 둘러보았다. 부탄은 16세기 티벳에서 온 삽퉁이라는 사람에 의해 통일국가로 되었고, 티벳의 라마불교가 거의 국교처럼 되어 있다. 사원은 물론이고 시내 어디서나 불교경전이 적힌 마닐라초르를 돌리거나 불탑-초르텐을 돌면서 행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7월 28일과 29일을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숙박했다.

 

 

글·사진 | 윤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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