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
 
시(詩) | 박영녀
 
나는 안다
어머니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매일 무언가를 꺼내 오빠에게 먹이는 것을
그때 나는
그것의 배후가 궁금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
여동생과 장롱을 뒤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꿀단지를 품고 있는 장롱이
나프탈렌 냄새를 흘렸다
발뒤꿈치를 들어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선반
동생이 엎드린 등을 밟고 올랐다
몇 번씩 미끄러지며 겨우 잡은 둥근 통
플라스틱 통속에서 흔들리는 알약
얼른 꺼내 입에 넣고
동생 입속으로 넣어 주었던 몇 알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
혀가 살살 녹는 시간
우리는 입을 싹싹 닦았다
어머니에게 처음 느낀 배신감을 꺼내
동생과 나눠 먹었던 공모는
계속되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진 알약
어디로 갔을까
 
오랜만에 찾아간 요양병원
어머니는 침상에서 알약을 숨기고 있다
지금도 오빠에게 먹이는지
웃고 있는 어머니의 입가가
나는 궁금하다
 
 
 
 
박영녀
서울출생
2015년 <시에> 등단
부천문인협회, 여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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