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이변, 독일 총선 

 

 제19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9월 24일 있었다. 이는 독일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690명의 독일 연방의회 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독일 연방 대통령(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SPD)과 연방총리(앙겔라 메르켈, CDU)의 선거가 유권자들에 의한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독일 정치체제에서 볼 때, 이번 연방의회 선거는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이번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무엇일까? 한국 언론에서 유독 대서특필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연방총리의 4번째 연임을 살펴보면, 2008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독일은 해외 수출 흑자는 물론, 국내 노동시장에서 5% 미만의 실업률을 자랑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총선을 동독 출신의 첫 여성 총리가 이제 16년 장기 집권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 주요 일간지들은 메르켈 총리에 연임보다, 12,9%의 지지로 대안정당(AfD)이라는 극우정당의 연방의회 진출을 더욱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로부터 공공연히 “새로운 나치의 재등장”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정당은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극우정당이다. 또한 약 93석가량으로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Grüne)보다 많은 연방의원을 배출시켰다. 심지어 제1야당이 된 사회민주당(SPD)과 향후 기독민주당(CDU)이 대연정 교섭을 통해 연립정부를 이어갈 경우, 나치정당인 대안정당(AfD)이 자동적으로 제1야당이 될 수 있다.

 

 사실 해외 언론들이 이번 독일 총선을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고 평가하는 것은 자국내 상황을 잘못 분석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지난 2013년 총선에서 기독민주당(CDU)의 득표율 41,5%에 비하면 이번 선거(32,9%)는 저조한 결과이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민주당(SPD)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이번 선거에서 획득한 20,5%의 지지율은 1949년 이래 가장 최악의 선거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1,2정당의 득표율 하락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중정치 영역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극우세력들의 정치활동이다.

 

 이들 극우정당은 이미 지난 2013년 총선에서도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난 연방의회 선거에서 5% 득표를 넘지 못했기에 의회 진출이 무산되었었다. 그러다가 2015년 독일 정부의 난민정책에 반하는 극우주의자들이 대안정당(AfD)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세력을 확대시켰고, 이번 총선에서 그 결과가 극대화되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있을 수 없는 트럼프의 승리와도 같은 이변이며, 역대 가장 심각한 국내 정세에서 초래한 독일 총선이다.

 

 이미 독일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향후 독일 연방의회는 물론, 연방정부에서 활동하게 될 극우정당 세력들에 깊은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들은 기존 정당 정치인들의 대중적 지지도가 하락한 이유는 물론, 극우주의자들의 폭발적 인기 원인과 더불어 전체 독일 사회의 우경화 바람에 어떤 대응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지 논의될 전망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증가하는 난민들에 대한 반감과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주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일들이 독일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총리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 과정과 내용은 역대 최고의 이변이 아닌가 싶다.

 

글 | 윤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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