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를 봉행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 열려...

한도훈(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hansan21@naver.com

 고리울 봉배산 일대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지 21채의 집터가 발굴되었다. 이 중에서 천신제의 상징이자 소도의 원형인 적석환구유구가 있다.

천신제는 이 봉배산 일대 움집에서 살던 청동기 시대 주민들이 하늘을 향해 올린 최고로 신성한 제사였다. 마을의 안녕과 청동기인들의 생명에 대한 안전을 기원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족장이자 제사장이 이 천신제를 주관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 제사 기간에는 먹고 마시며 춤을 추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천신제를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을 한 것이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古康洞 靑銅器遺蹟 告由祭天儀禮)이다. 이 천신제(天神祭)는 청동시 시대에 제사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주로 도교식 제사 형식으로 진행된다.

고리울 청동기유적 보존위원회에서 1998년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2017년도에는 제18회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를 봉행했다. 10월 23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 봉배산 중턱에는 천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봉배산은 한강 유역의 서남하류 옛 선사인(先史人)의 취락지(聚落地)이다. 매년 칠월 초하루이면 부락민(部落民) 대동이 모여 제천의례(祭天儀禮)를 경건하게 봉행(奉行)하다. 옛것을 전승전래하면서 주거민(住居民)의 영세평안(永世平安)과 마을수호의 대동단결을 고(告)하고 기원(祈願) 드림에 경진년(庚辰年) 용(龍)의 해에 비(碑)를 세워 설단(設壇)하다.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풍물놀이가 펼쳐진다. 의례 개시전에 한바탕 놀이로 풍물놀이를 전개한다. 의례에 참석한 시민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흥을 돋운다. 풍물단은 고리울 마을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리울축제와 맞물려 길거리 공연을 한다. 많은 이들이 길놀이를 따라다니며 봉배산 천신제 장소까지 오게 된다.

두번째는 천재가무(天齋歌舞)이다. 봉배산에서 발원하는 천신님께 드리는 제사인 재초를 드리는 노래와 무용이다. 모두 일곱 명으로 구성된 칠선녀가 가무를 시작한다.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서 행해지는 칠선녀 춤에서 따온 것으로 보여진다. 강화 마니산 칠선녀의 옷차림하고 봉배산 칠선녀의 옷차림에서 약간의 차이가 난다. 강화 칠선녀는 흰빛의 옷을 입은 반면에 봉배산 칠선녀는 분홍빛 상의에 하늘빛 치마를 입은 것이 특징이다. 칠선녀가 갖고 추는 부채는 둘다 갖다.

 

세 번째는 천화점화(天火點火)이다. 선사시대 때의 불을 피우던 모습을 재현해서 부싯돌이나 성냥으로 천화대(天火臺)에서 채화한다. 봉배산 청동기 시대에는 발화봉을 이용해서 나무로 불을 피웠다. 당시에는 부싯돌이 생산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 발화봉으로 족장의 상징으로 쓰인 달도끼가 사용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칠선녀 중에서 대표 한명이 점화봉에 점화를 한 뒤 천화대에서 채화한다. 이때 칠선녀들은 기립해서 도열한다.

 

네번째는 천신래타고(天神來打鼓)이다. 풍물놀이 수장 대표인 상쇠가 큰북소리로 4회에 걸쳐 북을 친다. 이 북소리를 하늘에 닿아 천신에게 제사를 진행함을 알리는 의미이다. 소도에는 큰 나무인 솟대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달았다. 이를 ‘영고(鈴鼓)’라고 한다. 단순히 솟대에 달아놓은 것은 아닐터이고 아마도 북을 울려 천신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봉배산 적석환구유구가 소도의 원형이기에 북을 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재초집례(齋醮執禮)이다. 제사를 집행하는 도교식 의미인 재초 참사자는 제절에 정중히 기립자세를 한다. 머리에 유건을 착용하고 흰 의상착용을 착용하라는 의례를 알린다. 이에 참사자들은 재초에 필요한 복장을 갖춘다.

재초(齋醮)는 초재(醮齋)라고도 한다. 도교의 재례의식이다. 재(齋)는 심신을 청정히 하는 것을 가리키고, 초(醮)는 제단을 만들어 술과 음식을 바치고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여섯 번째는 의례내역(儀禮內譯)을 설명한다. 집례사가 참석한 시민들에게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에 대한 의미를 설명한다.

고강동 청동기유적 고유제는 천태사상(天太思想)의 자연신에게 주거민의 영세평안(永世平安)을 기원하고 고(告)하는 홍익인간이념의 제례이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고조선 시대가 바로 봉배산 청동기 시대이기 때문에 체택이 된 것이다. 의식은 도교의례가 주가 되고, 유교식의례도 혼용된다.

봉배산 청동기인들의 원시적 천태신봉(天太神奉)에 사상관에 따른 관행으로 마을수호 무사안녕, 번영화합을 기원하는 재초(齋醮)제사의례이다.

참사자복식(參祀者服飾)은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흰 도포, 두루마기, 검은 띠를 두른 유건을 착용한다.

우리 민족은 하늘에 있는 태양을 천신으로 알았다. 그 태양인 천신의 자손이라고 믿었다.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하게 여겼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부여와 신라 사람들이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흰옷을 선호하는 경향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이어졌다. 고려 시대에는 왕도 백저포로 지은 옷을 즐겨 입었고, 흰색 무명이 고려 말에 전래된 후부터는 흰색 무명이나 삼베, 모시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처럼 흰옷을 즐겨입는 민족이라고 해서 백의민족이라 한다.

제수 진찬(祭需 進饌)은 육식을 피한 채식, 곡물, 곡주, 과일, 천탕, 수직으로 된 무명, 베, 명주, 그리고 화저(貨軧:돈)을 올려 진수하고, 재초 제사의 향은 잘게 썰어 자른 향나무 향만을 사용한다. 청동기 시대에 농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오곡 같은 곡물이 생산되었다.

참사자는 배향을 무릎을 꿇고 올리고, 4배로 절을 한다.

재초(齋醮: 祭祀)의 종료는 초헌관이 마지막으로 동남쪽을 보고 앉아 음복 후 끝이 난다.

일곱번째는 참사자(參祀者)이다. 집례사, 발화수, 좌집사가 술을 잔에 붓고, 우집사는 술잔을 받아 제상에 놓는다. 천신에게 술을 드리는 장면이다.

여덟번제는 재초집례((齋醮集禮)를 진행한다.

먼저 참신례를 한다. ‘신위를 처음 뵙는다’는 뜻으로 제주 이하 모든 참사자들이 늘어서서 제배(祭拜)한다. 여기서 신위는 천신이다. 하느님을 처음 뵙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초헌관이 먼저 나온다. 제상 앞으로 나와 천수에 손을 씻고 수건을 깨끗이 닦은 다음 향을 피운다. 이어 4번에 걸쳐 절을 올리고 술잔을 올린다. 이때 우집사는 제주를 따르고, 좌집사는 제주잔을 올린다.

축관의 차례이다. 독축을 한다. 독축이란 축문을 읽는 것을 말한다. 제주를 비롯한 참사자 모두가 꿇어앉고, 축관이 옆에 꿇어 앉아 축을 읽는다.

- 2010년에 읽은 축문.

단기 4343년 경인(庚寅) 10월 갑신삭(甲申朔) 이십삼일 병오(丙午)에 부천 고강1동장 원진철 제주는 유서 깊고 성스러운 고강동 청동기 유적지에서 청동기 시대의 선인들의 생활상을 회고하며 삼가 제수(祭需)를 진찬(進饌)하여 천신(天神)님께 잔을 올립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이곳 선인들의 넋을 되살려 우리의 뿌리를 되찾고, 조상님들의 후덕한 음덕에 오늘날 새롭고 찬란한 청동기 시대의 숨결을 느낍니다.

그 표상으로 천재지단(天齋之壇)을 모신 자리에서 고강동 청동기유적 고유제천의례(祭天儀禮)를 올리고 이곳을 오가는 모든 이에게 도심 한가운데서의 살아 숨쉬는 선조님들의 넋을 느끼게 하면서 면면히 이어오는 후손들에게 좋은 학습의 장이 되고 지역주민의 번영과 영세평안(永世平安)을 위한 기원(祈願)을 드리고자 여기 고강동 청동기유적 고유제(告由祭)를 삼가 올립니다.

흠향하오소서 !

아헌관의 차례이다. 아헌관이 제상 앞으로 나와 천수에 손을 씻고 수건을 깨끗이 닦은 다음 향을 피운다. 이어 4번에 걸쳐 절을 올리고 술잔을 올린다. 이때 우집사는 제주를 따르고, 좌집사는 제주잔을 올린다.

종헌관의 차례이다. 종헌관이 제상 앞으로 나와 천수에 손을 씻고 수건을 깨끗이 닦은 다음 향을 피운다. 이어 4번에 걸쳐 절을 올리고 술잔을 올린다. 이때 우집사는 제주를 따르고, 좌집사는 제주잔을 올린다.

초헌관의 차례이다. 맨 마지막으로 초헌관이 헌다례를 한다. 헌다는 숭늉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메를 조금씩 세 번을 떠서 그 숭늉에 말고, 숭늉 그릇에 수저를 걸친다. 다음, 잠시 고개를 숙여 읍(揖)을 한다. 다음은 음복을 한다. 음복은 제주부터 술을 한 잔 부어 주고, 다른 사람도 순서대로 부어 나누어 먹는다. 음복이 끝나면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도 끝을 맺는다.

 고리울 청동기유적 고유제는 천신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고리울 지역은 청동기 시대를 살아낸 지역민의 후손이기도 하다. 더불어 현대를 살고 있는 주민들의 영세평안(永世平安)을 기원하는데 이만한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여겨진다. 여기에 홍익인간의 이념을 설파한 천신(天神) 후손인 단군의 자손들로써 예를 갖추어 받드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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