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있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원웅아, 그곳 생활에는 만족하니?

  어찌 만족하겠니. 핸드폰에 컴퓨터도 볼 수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각본에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이는 자유롭지 않은 현실을 어찌 만족하겠니. 아빠 군복무시절과는 180 바뀌었다지만, 젊은 혈기의 너의 생활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너 혼자가 아닌 많은 동료들, 전우들이 같은 조건에 있으니 그나마 덜 억울하고 덜 우울하지 않을까 싶구나. 형을 보낼 땐 그러려니 했었는데 막상 너마저 군에 보내고 나니 집안이 휑하고 쓸쓸하기 그지없구나.

 

  까망이(애완견)도 네가 없는걸 아는지 쥐죽은 듯 조용하고 우울해 하는구나. 아빠 또한 너를 보내고 며칠 동안 몸살기운에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 엄마가 그러는구나. 그래도 걱정하지 말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

  매일 부대 밴드를 통해 일상과 식단표 등을 보고 또한 단체사진에 있는 너의 얼굴을 보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그리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영상 기온을 유지할 정도로 많이 포근해졌지만, 낯설은 환경 속에 지내는 아들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그리움이 밀려오는구나.

 

  여지없이 하루가 지나고 시간은 흐르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시간이 고장난 시계처럼 멈춰진 게 아닌가 싶구나. 늘 그렇듯 넌 스스로 잘 견뎌냈기에 널 믿으며 수료식까지 전우들과 잘 지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사랑하구 파이팅하자.

 

2018. 2. 26. 아빠가

 

첫째 원창이는 진주에서 상병으로 군복무중이고, 둘째 원웅이를 지난 2월 20일 훈련병으로 입대시킨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낸 최하진 조합원의 편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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