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공천 기준이 뭐냐?

 

과거 새누리당 또는 자유한국당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기도 합니다.
기존 민주당원은 당연히 흥분하고, 일반 시민들도 비웃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철새처럼 변신에 능하다 쳐도, 공당인 민주당은 그런 것도 걸러내지 못하냐는 거지요.
심지어 어떤 분은 우리가 적폐 세력의 신분을 세탁해주려고 촛불을 들었나 한탄하기도 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치 고수인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는 민주당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속이 상하지만 이를 악물고 그렇게 투항하는 사람들을 중용해야 자유한국당이 무너진다는 거지요. 특히 경남, 울산, 강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몫을 할 테니 민주당 외연이 넓어지면서 그곳 자유한국당이 위축된다는 거지요.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역발상이지만, 물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치 수입니다.

만적은 고려 후기 노비였는데, 누구나 왕후가 되고 장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노비를 규합하여 반란을 꾀하다가 발각되어 죽습니다. 그래도 국사에서 가장 가슴 벅찬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만약 만적이 반란에 성공하여 새 왕조의 시조가 되었다면 새 세상을 만들었을까요? 새 왕조가 헌 왕조의 시스템을 혁파하고 새 인물로 조정을 가득 채워 천하를 통치하였을까요?

그러나 역사에서 새 왕조는 왕만 바뀌었지, 대부분 헌 왕조의 시스템과 사람을 인계하여 새 왕조를 꾸려나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년 5월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가 임명한 장관을 데리고 나랏일을 꾸렸던 적이 있었죠.

말하자면 임금이 만적으로 바뀌었을 뿐, 장상은 여전히 장상을 하던 자들의 몫입니다. 여전히 노비이고, 여전히 상민인 사람들에게 그런 세상은 여전히 헌 세상의 연속이지, 새 세상일 것 같지는 않네요.

광복전 일본 순사 앞잡이로 독립군을 잡던 사람이 광복후 경찰로 변신하여 빨갱이를 잡으러 다닙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서 서민들은 광복 전후가 분명히 구별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새 세상으로 왕후가 바뀌면 장상도 바뀌어야 하고, 가장 대접받지 못하던 계층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세상이 바뀐 겁니다.

촛불을 들어도 여전히 이쪽 지배층은 저쪽 지배층으로 말을 갈아타며 살아남습니다. 만적때문에 왕후를 꿈꾸는 사람은 있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지금은 새 세상이 아니며, 민주당은 권력을 차지했을뿐, 새 세상을 만들려는 세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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