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어처구니 없게 웃기던 시절이었다.
나도 이 무렵, 1995년쯤, 용공 피해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교과서 표지 글자를 바꾸는 장난이 인기인데, 나는 국사책 표지의 글자를 덧씌워 '북한사'로 만든 적이 있었다. 물론 표지만으로 만족하기 어려워서 당시 교과서 맨앞을 차지하던 '국민교육헌장'을 '인민교육헌장'으로 바꿔버렸지.

지나가는 학생주임인가 하는 양반이 교과서를 보더니, 이게 뭐야? 하면서 다가왔다. 넘겨보니 인민교육헌장이 떡하니 나오니 당연히 빵터졌...길 기대했는데, 인상을 있는대로 쓰면서 날보고 교무실로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음악 -> 너의 면상에 경악

나는 킬킬 웃으면서 따라갔는데, 이양반은 진짜 무슨 사상검증을 하려 들기 시작했다. 평소에 무슨 책을 읽느냐, 대학생들과 교류가 있느냐, 뭐 이딴걸 묻길래 어..뭐야 이거..하는데,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이 농담이랍시고 한마디를 내게 붙였다.

선생 A: 여, 빨갱이 교무실에 끌려왔네?
주임: 이놈 빨갱인이 어떻게 알아요 A선생?
선생 A: 걔 별명이 빨갱이잖아요~

....나는 얼굴이 빨개서 별명이 빨갱이였는데 ㅜ.ㅜ 그게 그렇게 꼬인 것이었다. 갑자기 학생주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진 상황에 나는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가 내 스스로 "그러니까 제가 사실 얼굴이 빨갛잖아요. 그래서 빨갱이라는 겁니다" 라는 사상고백을 해야만 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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