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제2공항 백지화하라 •

목숨을 걸고 42일을 단식해도 나타나지 않던 중앙언론이 드디어 보도를 냈다. 한겨울에 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도민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겨울 찬거리를 누비며 외쳐도 꿈쩍 않던 원희룡은 정치적 테러니 자해 쇼 운운하며 드러누웠다. 주민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의 폭력은 지워지고, 죽음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던진 달걀은 '폭력‘이 되었다. 기사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경쟁할 뿐, 어디에도 이 사람이 왜? 달걀을 던졌는지, 왜? 자기 손목의 동맥을 잘랐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달걀 두 개가 폭력이면 이제까지 저들, 원희룡이 한 짓은 대체 무어라 불러야 할까? 숨통을 끊는 것이 손으로 목을 졸라서만 되는 일인가? 원희룡 도정하에 2016년에만 개발 허가 1만 229건. 제주 곳곳이 공사판이 되었다. 쓰레기 증가량 전국 1위. 바다 사막화 최고치. 땅 위엔 쓰레기. 바다엔 똥물. 대책 대신 공사. 공사. 공사. 공사. 도민의 삶은 회복할 수 없는 도탄에 빠졌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주민에게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성산읍에 제2공항을 밀어붙였다.

조직화한 폭력과 체계적인 무관심으로 사람 하나쯤은 죽게 내버려 두는 공권력의 여유를 대체 우리는 무어라 부를 것인가? 수많은 뭇 생명과 영원히 사라지게 된 미래. 이 모든 일의 이름을 무어라 할것인가? 서귀포시민과의 대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이미 좌석 대부분을 공무원이 차지하고 앉아서 주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도청 앞 일인 시위자에게 고압적으로 위협했다. 이 모든 공권력의 이름은 무엇인가?

공익사업이란 이름만 붙으면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합법이 되는 이 법은 일제 강점기 수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토지 징용법‘을 모태로 만들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의 설립 취지를 부정하는 초 헌법적 법률을 무기처럼 사용하며 ’주민 청취‘ 절차만으로 간편하게 주민과 국토를 유린할 권리가 공권력에게 넘어가는 이 폭력적 현실을 개탄한다. 처음엔 신산리였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온평리가 되었다. 권력이 편안하게 지도에 그림을 그릴 때, 주민의 일생은 엎어지고 요동쳤다.

 

국가가 손쉽게 토지를 수탈하는 동안 개인의 삶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우리는 작전 대상이었지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개발로 얻어지는 재벌 이익보다 열등한 존재였고, 희생의 시스템에 결국 굴복하고 말 하찮은 존재였다. 왼쪽 손목을 칼로 그어 동맥이 절단되고도 죽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해 쇼라고 조롱당했다. 힘없는 존재들이 거대한 상대를 어쩌지 못하고 상황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죽어버린 일은 곳곳에 흔했고, 그 죽음에 던져지는 조롱도 그만큼 흔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게 두지 않겠다. 앉은 채로 그 폭력의 모욕을 떠안지 않겠다. 우리는 이제 폭력은 안 된다는 말을 저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어떠한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저들에게, 어떠한 국가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겠다. 김경배씨와 함께 제주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그가 달걀을 던지기까지 겪어야 했던 시련과 고통과 분노를 말하겠다. 그는 괴한이 아니었다. 국가권력의 압박에 수년을 시달린 피해자였으며 고향 제주가 망가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시민이었다.

우리 역시 같은 때를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로서, 김경배와 성산주민들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 모두의 일임을 자각하며 기꺼이 당사자가 되려 한다.

우리는 제주에 재앙을 몰고 올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한다. 우리는 제2공항 전면 백지화를 외치며, 부당한 국가권력의 폭력에 계속 질문할 것이다.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나 가만있지 않겠다. 우리에게 드리워진 부당한 폭력의 그늘을 치우고 주민을 방임했던 제주도정과 원희룡의 폭압을 고발할 것이다. 제주를 망가뜨리고 도민의 숨통을 끊는 제주 제2공항이라는 국가폭력은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는 불행의 씨앗이 될 제주 제2공항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어떤 폭력도 용납지 않겠다. 국가폭력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제주 파괴 주범 원희룡은 도민 앞에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불행의 씨앗 제주 제2공항 전면 백지화하라. 백지화하라. 백지화하라.

2018년 5월 17일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바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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