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여행지 지역민들과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착한 여행

계절의 여왕 5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27일), 이른 아침 7시30분에 상동역 5번 출구에 모여서 ‘콩시루 가족들’이 두 번째 공정여행길을 떠났다. 차에서 허은영 회장님의 인사말과 신민정문화해설사 선생님께서 우리의 여행목적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우리의 여행 목적인 ‘공정여행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여행지 지역민들과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착한 여행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씀 하셨다. 착한여행은 지역민의 생활을 존중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하며, 조심스럽게 그곳의 정취를 엿보고 오는 것이다. 그 무렵 북촌 지역민들은 중국 여행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연일 신문에 나왔던 것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모든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여행 초반의 설레었던 마음을 다잡아 보게 되었다.
 

출발한지 두 시간 남짓이 지나자 법주사 가는 길목에 조선의 세조가 직접 품계를 하사한 정이품 소나무가 우리를 맞이했다. 세조가 법주사 가는 길에 세조가 탄 가마위에 소나무 가지가 걸려, 지나가지 못하자 세조가 “가지가 걸려 지날 수 없다.”라고 말하자 가지를 치워주어서 우리나라의 현재의 장관급 벼슬을 하사 받았다고 한다. 차에서 스치듯 바라본 정이품 소나무의 모습은 600년 이상 (800살 추정)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늠름해 보인다. 지금은 소나무 한쪽에 번개를 맞아서 보호차원에서 나무 버팀목을 해 주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주차장에 내려서 사내리 마을을 지나면 ‘오리숲길’이 보인다. 오리숲길에서 법주사까지의 거리가 5리, 약 2킬로미터 정도가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리 숲에 들어서면 침엽수들이 빽빽하다. 솔향기와 흙냄새가 어우러져 자연의 싱그러움으로 삼림욕이 절로 되는 숲길을 걸었다. 그러자, 지치고 힘들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 
 

일주문부터는 부처님의 영역이다

오리숲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자, 법주사 입구에 일주문이 세워져 있다. 일주문부터는 부처님의 영역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하나로 모아서 들어오라고 해서 기둥이 하나만 있다. 법주사는 ‘호서 제일 가람’이다. 즉 호서 지방에서 제일가는 절이다. 법주사는 너른 마당이 있어서 부처님의 법을 펼친 장소라고 해서 ‘법주사’라고 했다. 또한 국보 3가지 있고 보물도 13점이나 있는 문화재 보물창고이다. 소풍을 왔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과 어른들이 많이 보였다. 법주사는아이들에게는 문화탐방하기에 좋고, 어른들에게는 여행이나 종교적 이유로 남녀노소에게 여행하기 좋은 장소 같다. 신민정 선생님께서 법주사 해설하시기 전에 아이들에게 국보3점을 찾고, 인증샷을 찍는 미션을 주셔서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재미를 선물해 주셨다. 법주사의 국보 3점은 팔상전과 쌍사자석등, 그리고 석연지가 있다. 팔상전의 웅장한 모습과 대비되어 최근 1990년에 동을 입힌 청동미륵대불의 모습 또한 장관이다.


 
법주사에서는 신민정 선생님께서 철 당간지주, 마애여래의좌상, 쌍사자석등, 석연지 그리고 팔상전, 대웅보전과 약사전을 설명해주셨다. 팔상전은 보기에는 아주 거대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탑이라고 한다. 이는 팔상전 한 가운데 중심기둥이 하나가 더 있고, 1968년 해체수리 중 사리함이 발견되어 탑의 기능을 더해졌다고 한다. 밖에서 볼 때는 2층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통으로 이어진 단층이다. 또한 안에 들어가면 부처님의 생애를 담은 8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옛날 건물에 ‘전’자를 붙이는 곳은 아주 신분이 높고 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에 ‘전’자를 붙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복궁은 근정전 ,교태전, 사정전처럼 왕과 왕비가 머무는 장소에 ‘전’자를 붙였다. 그리고 전 다음은 함, 각, 제, 헌, 루로 표기한다고 했다.
 
마애여래의좌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화사한 연꽃 의자에 걸터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애라는 뜻은 불상을 바위에 새긴 것을 뜻하는 데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과 둥글고 온화한 얼굴 표정, 그리고 유난히 잘록한 허리와 흘러내린 옷 모습까지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새겨놓았다. 불상의 오른쪽 바위 면에는 짐 실은 말을 끄는 사람과 말 앞에 꿇어 앉은 소를 새겨 놓았다. 이것은 의신조사가 불경을 실어 오는 모습과 소가 불법을 구하는 전설을 그렸다고 하는 법주사 창건 설화와 관계되는 암각화로 추정되고 있다.


설명을 다 듣고 11시30분에 법주사에서 제공하는 점심 공양을 먹었다. 아침부터 일찍 서두른 까닭에 배가 고팠다.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아니면 법주사 올라오는 길에 아침밥 먹은 배가 다 꺼져서 그런지 법주사 공양은 맛있게 먹었다. 밥만 준비하지 않으시고, 취향에 따라서 국수도 준비해 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셨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은 국수만 먹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국 대신에 국수를 밥과 함께 즐기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식성에 따라 먹을 수 도 있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점심 공양 후에 셀프설거지를 하고 잠깐의 자유 시간을 가진 뒤 집결장소인 주차장으로 갔다.

산이 장막처럼 두러싸여, 산막이

 


차량을 타고 1시간쯤 가자, 두 번째 행선지 괴산 산막이옛길에 도착했다. 산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싸여 있다고 산막이라 하며 예전부터 이곳에서 살던 산막이 마을 사람들이 오고가던 옛길이어서 “산막이 옛길” 이라고 한다. 산막이 옛길로 올라가는 길목에 농·특산물 지정 판매장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변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농·특산물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인자한 할머니께서 표고 버섯을 판매하고 계셨다. 할머니와 담소를 나누며 싱싱한 표고버섯을 구매하니, 내 마음도 뿌듯하고 기뻤다.
산막이옛길에서 출발해서 2시간 후에 연하협구름다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고인돌쉼터, 연리지, 노루샘, 호랑이굴, 산신령바위 여러 볼거리들이 많아서 그런지 등산장비를 하고 온 등산객들도 굉장히 많았다. 소나무

 
출렁다리를 지나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헐레벌떡 걸어왔다. 답사기를 쓰면서 마흔고개라는 곳이 지도에는 나와 있는데, 어딘지 몰라서 산막이 마을 식당에 문의 전화를 드렸더니, 마흔고개 쪽은 우리가 갔을 때는 보수공사중이라서 돌아서 갈 수 있게 물위에 부표처럼 생긴 파란색 통으로 다리를 만들어서 건널 수 있게 했다고 했다. 그 부표다리를 건너면서 ‘물위를 걷는 것’ 같아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곳에 가도 그 파란 부표 다리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하니 조금은 아쉬웠다. 파란 부표다리를 건너오면,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잠시 더위를 식히느라 계곡물에 세수를 했는데,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더위가 삭 달아났다.


드디어 산막이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삼신바위로 내려가는 방향과 마을 입구로 올라가는 방향이 있었다. 1시간 정도 시간적 여유 있어서 마을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산막이 마을 어귀에는 당산나무가 있는데, 조선시대 산막이 마을 주민들이 밤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200여 년간 이곳을 지켜온 이 밤나무는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아직도 마을사람들은 당산나무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산막이 마을에 들어가서 예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식당에 들어가서 뜨끈뜨끈한 손 두부와 더덕 주, 그리고 메밀 부추 전을 먹었다. 마을 곳곳에 예스러운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다음에는 천천히 둘러보고 하루 자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허기를 달래고 연하협구름다리로 걸어갔다. 걸어오는 길에 삼신바위 근처에 솟대가 여러 개 솟아올라 있었다. 삼신바위를 지나 드디어 목적지 연하협구름에 도착했다. 연하협구름다리 입구가 포토존이 생긴 것처럼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다리 아래에 괴산호가 굉장히 깊어 보이고 강줄기가 흘러가는 유속이 빨라보여서 가슴 졸였다.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리를 건넜다. 본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거나 산막이 선착장에 가서 배를 타고 되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기사님께서 연하협구름다리 근처 주차장에 차를 이동해 주셔서 되돌아가지 않아서 한 시름 덜었다.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엄청 협소해서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외길이었다. 되돌아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이 길을 들어오셨을 기사님을 생각하니 더욱더 고마움 마음이 들었다. 4시30분까지 주차장에 집합해서 상동역으로 출발하였다. 되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침부터 피곤했는지 다들 자면서 왔다. 어둑어둑해지는 상동역에 7시20분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약속을 잘 지키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무사히 긴 여정의 잘 마칠 수 있었다. 여행을 함께한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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