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K리그부터

 그래도 1승은 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1승은 했다.' '4년 후가 문제다.' 등등... 여러 매체와 댓글러들의 자조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들이 다양하다. 단일 종목 세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월드컵은 16강 토너먼트로 이어지고 축구팬들의 관심은 우승국이 어디가 될 것인가 주목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16강 탈락으로 또 조금씩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과 일부 선수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몇몇 선수들의 군복무문제.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는 있지만 축구팬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1988년부터 30년째 내려오고 있는 대기업 오너들의 대한축구협회 장악부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뿌리 깊은 학연과 파벌로 인한 적폐를 청산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공과(功過)가 뚜렷하다 보니 젖은 쇼핑백 마냥 끌어안기도 내려놓기도 뭣한 모양새이다.
 
국가대표팀의 공식응원단인 붉은악마는 그 시초가 부천의 헤르메스라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부천FC1995 서포터즈인 헤르메스의 회장 안oo씨는 붉은락마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깨알홍보도 잊지 않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국가대표 축구경기와 프로축구 중 프로축구 경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나는 과거 '비상'이라는 한 축구팀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축구에 매료되어 ‘07~’08년 거의 매주 전국의 축구장을 돌아다녔고, ‘09년부터는 아마추어리그 격인 3부 리그의 부천FC1995(이하 부천FC)를 접하고 현재까지 꾸준히 팬질(?)중이다. 프로축구선수는 대부분의 시즌을 소속팀 동료들과 훈련을 하며 주 1~2회 함께 경기를 치룬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소속팀 동료들과의 호흡이 더 좋고 전술에도 익숙하다. 국가 간 A매치 경기가 있을 때만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어야 한 달여 합숙훈련을 통해 좀 맞춰보고 경기에 나간다. 그러하니 뭔가 짜임새 있는 축구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왜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그렇게 해도 재미있게 잘 하느냐고 하지는 말자. 그냥 걔네들은 다르다.)심지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구성은 크게 유럽과 중국, 일본리그 그리고 국내1부와2부,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선수들의 수준차이 뿐만 아니라 각자 뛰고 있는 프로리그의 수준차이가 극명함으로 이를 아우르는 전술과 전략은 애초부터 ***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객관적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능력치 이상의 성과를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열정과 투지를 불사르는 축구라도 해줬으면 했지만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조금은 어이없는 실책들로 비난을 사고 있는 현실이다.

축구는 월드컵 본선만 보는 것

이 와중에 나는 오히려 지난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의 한 종목처럼 되어가고 있는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싶다. 컬링의 드라마 같은 재미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그 저변의 확대가 기대된다. 또한, 쇼트트랙이나 피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목은 올림픽 때나 잠시 국가대표를 응원하기 위해서나 보는 스포츠인 것 또한 현실이다.한국축구에서 동계스포츠의 그것이 느껴진다. 축구는 월드컵 본선만 보는 것.
 
매 경기 2만명 이상의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명실상부 프로축구 최고의 매치인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그러나 지난 4월 8일에 있었던 올해 첫 슈퍼매치에서는 1만 2천여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 그 이름이 무색하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었다. (멋이? 1만 2천여명이 적다고??) K2리그 부천FC의 경우 1경기 평균 관중이 1천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지만 많이 잡아 2천명이라고 해도 인구90만 중 1% 정도도 즐기지 못하는 스포츠인 셈이다. 일부에선 시민의 지방세가 투입되는 시민구단을 시민이 외면하는데 계속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문제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부천FC는 자생적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과 기업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의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태생적으로 조합원의 교육과 시스템의 이해 부족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FC바르셀로나 축구박물관 입구에 써진 글귀 '바르사의 주인은 조합원'  (사진-서울시)
FC부천도 FC바르셀로나가 될 수 있다
마침 지난 6월 3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홈경기 시작 전 축구전용경기장 착공식이 열렸다. 신임 부천시장이 2대 구단주로서의 포부와 함께 전임시장의 공덕(?)을 잘 받들기로 팬들 앞에 약속했다. 관중석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에 사용되었던 좌석을 가져다 쓴다고 한다. 결정되어 추진되는 이상 축구전용경기장이 잘 지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3만4천석 규모에 육상트랙이 가로막고 있는 종합운동장보다는 훨씬 축구 볼 맛이 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기대이다. 현재 3위의 좋은 성적도 유지하고 있어 내년 시즌엔 전용구장에서 1부리그의 승격을 맞이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보다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일으켜 세워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은 전임 구단주로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구단주는 내실 있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그런 프로축구단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부천FC1995 사회적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깜노우경기장의 2층 축구박물관 입구에는 화려한 우승 트로피 대신 구단의 운영방식을 설명하는 ‘민주주의’란 제목의 흑백 안내문이 있다고 한다. ‘DEMOCRACY’ 또 그 아래에는 ‘THE MEMBERS: BARCA’S OWNERS’(바르사의 주인은 조합원)조합원이 주인인 축구클럽으로 더 나아가 부천의 모든 시민이 부천FC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에 앞서 이번 유소년클럽 감독 선수폭행사건의 철저한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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