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처음 찾은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한 이야기 입니다.

<에피소드 1>

아이들은 숲길을 이리저리 뛰고 걸으며 활동적으로 돌아다닌다. 숲길을 걷고 걸어 머무를 만한 곳을 찾아 아이 한 명이 말한다.
“여기서 놀자~!”
“그래, 그래 여기가 좋겠다.”
아이들은 동의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가방에서 돗자리를 펴거나 방석을 꺼내 앉는다. 방석이나 돗자리가 없는 아이는 우물쭈물하다
“나 여기 같이 앉아도 돼”
라며 함께한 친구에게 부탁한다. 어떠한 아이도 땅바닥에 앉지 않는다.

 

<에피소드 2>

돗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간식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방에서 물티슈를 찾는데 안보이자 내게 묻는다.
“대장 물티슈나 휴지 없어요?”
“없는데 왜?”
“손을 닦으려고요”
“손수건을 물에 적셔 닦으면 되는데. 그게 훨씬 더 깨끗해.”
시큰둥하다.
그때 다른 친구가 물티슈를 가져왔다고 하자 아이들 모두 물티슈로 달려가 한 장씩 얻는다
어떤 아이도 손을 안 닦고 간식을 먹지 않고 포크나 젓가락을 이용해 간식을 먹는다

 

(숲체험 전에 사전안내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물티슈 대신 물과 손수건을 요청 드립니다.)

과정이 목적을 방해하는 도시적 습관

 아이들과 함께 숲에 가면 다양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아이들 나이가 많아질수록 청결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합니다. 다리가 아픈데 돗자리나 방석이 없으면 앉지를 못하고 배는 고픈데 물티슈나 휴지가 없어서 간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은 웃지못할 일입니다. 땅에 앉기 위해 무엇인가 있어야 하고 간식을 먹기 위해 손을 닦고 먹어야 하는 과정의 통일성과 일과성에 갑갑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자연적인 것을 경험하기도 전에 사회적으로 교육받아 숙달되고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과정으로 인해 꼭 필요한 자연적 목적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의사이자 작가인 ‘줄리아 엔더스’는 TED를 통한 동영상에서 청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진짜 청결함은 세균들을 즉살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상 세균의 95%는 해롭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유익하죠. 그래서 진짜 청결함이란 건강한 균형에 대한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해로운 것을 100%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청결함은 좋은 세균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해로운 균을 적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청결을 위해 닦고 뿌리고 입고 등의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결과 적은 양의 해로운 세균을 일부 쫒기는 했지만 대부분 많은 양의 유익한 세균도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일 겁니다. 자연적 관점으로 볼 때 도시는 이미 균형잡힌 세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유익한 균보다 나쁜 균이 더 많을지 모르죠. 하지만 숲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생명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입니다. 자연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지요. 아이와 함께 주변 숲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자연의 품에 편안히 앉아 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첫번째 금요일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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