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라는 것을 했다. 제목은 ‘움틈전’. 모모, 마로, 노을, 정원, 사니, 꼬미, 미나. 일곱 명 친구들이 모여 3개월 동안 그린 그림과 글을 우리의 아지트 <틈제작쏘>에 걸어 사람들 앞에 선보였다. 전시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 가서 그림을 사면 되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잠시 망설이다가 말한다. “음..돈 주고 살만한 것은 없을 거에요”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기 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까? 그런 특별한 전시이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함께 모인 일곱 사람들은 나이가 각기 다르고 경험이 모두 다른 사오십대 여성들이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글을 전공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특별한 강사가 있어서 우리에게 기술을 전해준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매주 만나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을 나누었다.

   우리의 나눔 속에는 평가나 조언이 없다. 그저 듣고 같이 웃어주고 같이 울어준다. 애초에 계획했던 그림 그리는 시간까지 없어질 정도로 긴 수다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서로에게 집중하여 이야기 나눈다. 그리고 나서는 각자가 준비해온 반찬으로 밥을 나누어 먹는다. 정성껏 차린 음식을 함께 앉아 먹으면 온 몸이 풍요로워진다. 밥상은 영양소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온기를 담아내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렇게 함께 꾸준히 따뜻하게 3개월 동안 모인 결과를 전시하자고 계획했지만 막상 전시 때가 되니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기록을 펜으로 물감으로 휙휙 저어댄 결과들을 전시할 수 있을지. 쑥스럽지는 않을지 각자의 걱정이 이어졌다. 내가 걱정하면 옆에서 북돋아 주며 그간의 결과물들을 함께 나누자고 힘을 주어 결국 전시라는 것을 하게 됐다.
  전시라는 것을 했지만 주변에 크게 알리지는 않았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놀러오라고 살짝 살짝 수줍게 말을 건넸다. 친구들이 궁금증으로 방문했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표현한 것을 보고 나도 해볼까 생각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다. 자격증이 있는 예술가만이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여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출 수 있다. 우리 일곱명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사오십대의 여성들이 그동안 들지 않았던 붓과 펜을 들어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새로 태어나 자라는 일과 비슷했다. 그동안 이제 끝났다. 이제 더는 할 수 없을 거야 라고 자포자기 하던 심정이었던 것들이 여럿이 모여 “아니야 우리 함께 다시 우리를 표현해 보자”고 북돋았다. 땅에 오래 묵혀 있던 씨앗이 햇살과 물을 만나 싹을 움트듯, 우리의 숨어 있던 마음들을 움트어 표현해 낸 시간들. 그리고 그 전시, 전시에 찾아와 그 마음을 공감해 주고 따듯하게 북돋아 주었던 마음 좋은 친구들. 일주일 간의 전시를 뿌듯하게 끝내고, 우리는 다시 모인다.

   세상 누구에게나 붓과 펜이 주어지고, 평가 없이 조언 없이 써내려가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시간들이 허락된다면, 어두웠던 마음도 다시 피어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우리 일곱명만 할 수 있었던 전시가 아니라, 누구라도 시간만 내면 쓰고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전시였기에 특별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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