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되면 본인을 돌아보지 않고, 불경기 탓을 많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6년전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이 동네에 60평 음식점을 낸 것이 너무 무모했습니다. 그 이전 보리밥집 성공에 자만하여 이곳으로 옮겨, 보리밥을 버리고 새 음식에 도전하면서 맛있으면 멀리서도 온다고 착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음식이 "유동 인구가 거의 없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고, 자존심이 많이 무너집니다.

그래도 지난 6년 동안 이런저런 메뉴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운영해 왔습니다. 지금 만족할 만한 매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동네 밥집 중에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환경에 맞추려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요.

2001년에 산자락 아래에 보리밥집을 차려놓고, 그것도 다른 음식점은 전혀 없이 우리 식당만 하나 덜렁 있는 곳에서 하루에 밥을 10그릇도 못 팔았습니다. 만들어놓은 비빔용 나물들을 내다버리구요.
몇 달을 그렇게 살자니 아주 죽겠더라구요.

"정말 죽겠어요. 어머니"
이런 가게를 둘러보러온 어머니에게 제가 불쑥 얘기했습니다. 나중에 형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어머니가 산자락 아래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음식점을 둘러보고 "그 애가 장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내게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하면 안된다. 우리는 왜놈에게 모질게 당하며 살았고, 6.25때는 4남매를 업고 걸리고 피난을 다니면서도 한 아이도 잃지 않고 키웠다. 지금 네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우리 세대같이 진짜 죽고사는 상황은 아니잖니?"

그 이후 "6.25때 머리 위로 폭탄이 날아다니는데도 주먹밥을 파는 사람이 있다"가 제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여건과 환경을 탓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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