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소설로 유명한 곳이라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면, 오래 살던 분들은 가난한 동네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싫다고 하신다. 이번에 경기도형 도시재생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것도 그런 이미지에 기본을 둔다.

도시재생사업의 취지 대부분이 낙후된 곳, 쇠퇴한 지역 등의 표현을 쓰고 ‘바꾸어야 할 곳’이라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원미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 공모사업을 진행했을 때 나 역시도 ‘원미동은 건강하게’ 바꾸어야 할 곳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 했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하며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바뀌어야 할 곳’이 아니라 ‘잘 보존되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

 

원미동이 신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래된 주택이 있고, 노인이 많고, 시장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낡은 것의 상징이 되어 원미동은 ‘쇠퇴한 곳’이라는 표현을 쉽게 쓰게 되는 것 같다. 건강 공동체를 위해 만든 부천의료협동조합이 원미동을 이사왔다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나 역시 같은 전제였던 것 같다. 돌보아야 할 어르신이 있고, 고쳐야 할 집과 거리가 있었다.

원미동 사람들과 부천의료협동조합이 어떻게 만날까. 원미동 청춘싸롱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 20명과 관계맺기를 시작했고, 원미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으로 ‘시장상인 건강프로젝트’를 했다. 어르신들과 매주 만나서 건강을 공부하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화요일 오후2시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 나오신다는 칠십, 팔십 어머니들.  시장에는 건강수레를 만들어 가지고 가서 건강체크를 하고 상담을 하고 마사지를 해드렸다. 세라밴드를 나누어 드리고 상점 안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가르쳐 드렸다. 처음 하는 운동을 신기해 하며 서로 서로 함께 나누는 시장 상인 여러분들.

의료협동조합이 생각하는 건강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 좁은 의미가 아니다. “보건, 의료, 복지에 관한 사업을 통해 사람들의 협동으로 풍요롭고 활기찬 생활을 창조하는 것”이다. 몸에 어떠한 장애가 있어도 내일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것. 건강을 함께 조직하고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원미동은 매우 건강한 곳이었다. 건강을 찾아 드리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만했다 것 이날까 싶을 정도로.

 

비록 건물은 낡았을지 모르고, 사람들은 나이가 많을지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는 매우 활기찼다. 팔십 어르신들이 손수 그린 그림, 그 그림을 보고 해맑게 웃는 얼굴에서 풋사과 향기가 난다. 자신의 주름진 얼굴이 싫다고 말씀하시지만, 내면에 있는 싱그러운 마음이 보인다. 나이가 팔십이지만 마음은 중학생때와 같다는 어르신. 프랜차이즈 즐비하고 낙후되지 않은 화려한 상가. 그 사이에는 벽이 있다. 원미동 시장 상가 사이에는 관계가 있고 공동체가 있었다.

건강을 드리려고 시작한 사업인데, 오히려 내가 건강을 선물 받았다. 원미도시재생사업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동체의 삶을 보존하고 강화할 수 있는 취지로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자주 만나고 함께 나누며 활기찬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원미동을 기대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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