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8일 학교 방학식날, 작은 음악회에서 내가 부모들에게 던졌던 말이다.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은 “교사도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지 않을까요?”였다. 그 날은 정말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노래를 나름 근사한 무대로 발표했던 날이었다.

▲ 공연 당일 날 무대 셋팅

산학교에서는 일년에 두 번 들살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간다. 지난 10월에는 뚝배기반, 바늘반이 함께 경남 함양에 있는 대안대학교인 온배움터라는 곳으로 들살이를 다녀왔다. 7박 8일이라는 기간은 교사인 나도 부담스러운데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체념한 것인지, 의연한 것인지, “어쩔 수 없잖아요.” 라는 시큰둥한 대답을 하곤 한다.

삼일 째 되는 날, 최치원 선생님의 얼과 혼이 깃들어있는 상림공원에 가게 된다. 넓은 풀밭에 다같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우리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본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까, 너희들만의 노래를 만들어보자.” 확실히 집과 떨어져서인지 아이들의 감성이 깊어진 것 같다. 예상했던 대답은 “ 이런 거 왜 해요!” 였는데, 그 날은 아이들이 별 말 없이 종이와 펜을 가지고 드넓은 공원에 이래저래 자리를 잡아 앉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또는 희희덕거리며 개인으로, 팀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처음 곡을 완성시킨 아이의 노래를 들은 순간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 자연스러움과 순수함과, 날 것 그대로의 음악. 나는 기타 반주만 입혀줄 뿐이다. 함양의 가을하늘 아래, 아이들과 음악으로 함께했던 그 순간은 내게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했고 꽤나 황홀함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10곡정도 된다. 어떤 아이들은 떨어지는 단풍을 보며 “단풍이 비처럼 내리는 가을은 빨간 계절, 거리에 다리에 빨갛게 물든 잎이 세상에 떨어져..”. 어떤 아이는 알 수 없는 미래와 시간에 대해 “하루의 상자를 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시간이 흘러도 하루는 없어지지 않아.” 어떤 아이는 나의 동네를 추억하며, “나의 집 주변 그 거리에 아주 많은 추억 있지. 나를 키워 준 부모님, 좋은 추억 나쁜 추억도 있지.” 라며 가사를 써내었다.

▲ 노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들살이 기간 중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본인이 만든 노래를 소박하게 발표하고, 공연하는 경험을 언제라도 해볼 수 있을까? 교사의 꼬임(?)에 넘어가 음악을 좋아하든, 말든 음악회를 준비했던 아이들에겐 분명 한 켠의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그 아이들 덕분에, 나는 의자에 앉아 근사한 기타반주와 함께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읊어대는 나의 꿈을 이루고 만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신하지만, 아이들의 능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자 스승임을 우리는 기억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 아이들과 함께하는 곡작업. 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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