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곡에 이사와 처음 이웃이 된 사람이 두 명 있다. 남태일님, 나유진님이다.
언덕위광장 도서관에서 열린 “아빠를 위한 강좌”에서 처음 만났다. 이 두 분은 역곡이라는 동네에서 나에게 첫 연결고리이자 양 갈래 고리이다. 같이 모이기도 하고 따로 공부하거나 운동을 하는 경험 등을 통해 역곡에서 관계를 확대해 가는 중이다.
콩나물신문의 “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를 통해 지난번에 나유진님이 나를 인터뷰를 했고, 이번에는 내가 남태일님을 인터뷰한다.

 

1. 남태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강 : “언덕위광장도서관” 관장, “어·울림교회” 목사, 용접공, 설비기사, 역곡중 학운위, 학폭위위원, 핵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많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남 : 도서관 관장 맞습니다. “어·울림교회” 목사도 맞고요. 하지만 용접공은 아니고 용접을 배운 사람, 설비기사는 아니고 시스템 에어컨의 설치 잡부 일을 했었고, 핵없는세상 공동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천역곡남부 지역모임의 리더인 등대장을 하고 있습니다.

강 : 아! 피스빌딩센터도 하고 계시네요.
남 : 네, 피스빌딩센터 대표를 맡고 있지만 실질적 활동은 팀장님들께서 하고 계십니다. 저는 옆에서 도와 드리는 거죠. 그러고 보니 두빛나래 평화학교도 있군요. 저는 주로 간식 배달에 주력합니다.

 [ 피스빌딩센터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마을에서 실천하는 모임, 두빛나래 평화학교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기반으로 한 마을 방과 후 학교(초등학교). 두 모임 모두 역곡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모임이다.]

2. 자기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어·울림교회” 목사가 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고 목사이기에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요?

 남 : 저를 있게 해 준 것은 여러 은사, 스승님과 신앙, 그리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역순으로 보면 “저항하는 시민, 깨어있는 시민”을 알게 해준 박영신 교수님. 복음의 공공성을 알려주신 김근주 교수님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딸들이 아주 큰 영향을 주었죠.

그리고 저에게 인생 책 세권이 있습니다. 첫째. ‘성경’은 저의 모든 삶의 기본 베이스 기준입니다. 둘째. ‘자본론’은 저의 두 번째 성경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돌멩이 국’은 파편화된 마을이 돌멩이 국을 끓이며 화합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책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책들이 저를 만든 중요한 요소입니다.

강 : 처음부터 신학을 전공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아는데 신앙을 갖게 된 이유?

남 : 입시학원에서 물리강의를 하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돈 버는 삶, 남이 부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삶,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으나 존경받는 삶을 살아야겠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좀 높은 이상, 가치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신앙, 곧 하나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인간의 존재는 무엇이고,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백성의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공부하게 되었고, 34세에 신학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4. 역곡 혹은 부천에서 삶의 이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남 : 역곡에서 38년 살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쯤에 이사 왔을 당시 거의 논밭이었습니다. 학교와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했기 때문에 동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곡을 내가 사는 동네로 인식한 것은 8년 정도 됩니다.

8년 전쯤 첫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가 학교 가는 길이 위험하지 않은지, 학교는 어떤 한지, 선생님들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역곡을 저에게 꽃이 되게 하였습니다. 김춘수의 ‘꽃’ 말이죠. 아이가 학교를 가게 됨으로써 역곡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역곡의 길, 상점 등 모든 환경들이 다르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강 : 학부모회라든가 학교활동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남 : 2012년 처음 학부모총회에 참석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녹색어머니회에 가입하고 등떠밀려 녹색어머니회 ‘남자’ 회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저에게 지역, 학교를 이어주는 통로 곧 소통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5.자녀분들에게 잘 해주시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시는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남 : 아이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소통의 방법이라면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종종 만듭니다. 만화를 권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제가 읽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공통분모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죠.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세상 어느 곳에 살아도 상관없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삶에 책임 있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떤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여자에 대한 제약이 많죠. 우리 딸들은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6.본인이 즐겨하시는 표현으로 반백년을 살아 오셨습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이런 것은 해보고 싶다. 어떤 게 있을까요?

남 : 가치지향적인 지금의 삶이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하지만 큰 꿈이죠. 나만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용접을 배웠는데 그것이 쉽지 않더군요. 경제적 바탕이 될 일을 계속할 수 있어야 지금의 삶이 지속 가능할 테니까요. 그 기반위에 이웃과 소통하는 삶이 제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생에 이룰 수 없는 꿈이 하나 있는데, 로바니에미에서 만화방을 하는 것입니다. 만화방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찾아오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여름이 정말 싫습니다. 무서워요. 하지만 눈은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핀란드의 산타마을 로바니에미죠. 추운날씨가 따뜻한 차와 따듯한 사람을 만나는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겠지요. 눈 내리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광경이 어우러지는……

7. 마지막 질문입니다. 남태일님의 SNS “아제일기”의 마지막은 ‘품위를 빚는 삶’으로 끝    납니다. 남태일 에게 “품위”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이 품위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춥다고 혼자 밍크코트를 입는 것은 품위의 삶이 아니라 착취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옷을 입기보다는 같이 담요를 덮는 것.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를 녹여주는 것. 배려, 나눔, 존중에 품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남태일님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지만 비종교인에게 설교나 전도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종교적 신념이 묻어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나를 인터뷰한 나유진님도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맥락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우연치 않게 정착한 역곡에서 이런 분들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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