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 누구나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에 찌든 삶은 그 삶의 주인으로 하여금 시간적 여유를 꿈꾸게 할 지 모릅니다. '여유'야말로 빠듯하고 쫓기는 듯한 일상이 불러다 준 중요한 보편가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지난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송내역에서 부천문화재단까지 걸어가곤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이 구간의 가로풍경에도 변화가 왔습니다. 삭정이 같이 보이던 복숭아가지가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이내 차단녹지숲의 나무들이 녹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어제는 아침햇볕마저 따끈따끈해서 벌써 피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숲에 보도와 나란히 가는 오솔길이 보입니다.
 

 숲길이니 좀 울퉁불퉁하기 마련이고 나무를 피하느라 살짝살짝 구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땅위로 노출된 굵은 뿌리들이 길을 가로지르기도 합니다.그래도 흙길이니 그 밟는 맛이 아스팔트나 시멘트길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신발바닥을 뚫고 전해지는 느낌이 폭신폭신한 데다, 오르고 내리는 종단의 변화가 아주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영원히 실현불가능할 지 모르는 여유들을 늘린다면서 날마다 허둥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요?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여유란 놈도 상대적인 것이어서, 어제보다 오늘 더 늘리고 싶고 누구보다 더 가지고 싶기도 하니 끝없는 욕망의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선지 노자는 일찍이 '여유로운 데를 덜어 부족한 데를 메우는 것'이 하늘의 도라 말했습니다.

여유와 달리 여유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통제 범위 안에 있습니다. 그러하다면 당장 내 주변에서 이미 제공되고 있는 '여유의 언덕들'에 올라, 실컷 비벼보고 느껴 봄이 어떨까요? 무상의 여유라지만 그것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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