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사에 관심을 두면서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귀농귀촌을 두고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한 부류는 나이 들면서, 직장에서 은퇴하고 아이들을 다 키운 뒤라서 도시를 벗어나려는 귀촌 그룹이다. 생계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살 이유가 없을 뿐이다.

또 한 부류는 비교적 젊은 사람으로 농업에 기대를 걸고 농사를 생업으로 선택한 귀농 그룹이다. 농사에 생계를 걸어야 한다. 도시에서 어떤 직업으로 얼마를 벌었든 도시에서 사는게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농사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귀농 그룹은 다시 농사로 생활하려는 사람과 농사로 돈을 만들려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4월, 전라남도에서 여러 젊은 농민들을 만났는데, 오래전 귀농한 선배 농가 도움을 받으며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 젊은이들과 밤새워 이야기하면서 나 나름대로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런데 내 의견에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경청하는 태도가 모호했다. 나중에서야 농업을 대하는 철학이 나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농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았다. 그런데 젊은 농부들은 농사를 삶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살면서 직장에 출근하듯, 여기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것 같았다.

친환경을 생각하고, 협동조합에서 꿈꾸고, 공동체 학교를 운영하며 털털한 모습으로 소확행을 즐기는 듯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지, 하기 힘든 일을 억지로 무리해서 추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과거에 재물 욕심이 없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공동체 안에서 조금씩 내려놓는 것 같았다.

신선했다. 아주 좋았다. 
농촌은, 공동체는 품이 넓어서 젊은이가 돈돈 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가 보다. 한쪽에서는 노인들이 태극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흔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제대로 바꿔나가고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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