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여섯 살짜리 아들하나 키우는데 낑낑대던 독박육아 아줌마가 뭔가 하고 있다.

 

출산 이후 계속 시달리던 손목과 손가락 통증. 손으로 조물거리기 좋아하던 내가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우울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던 지난 가을부터 뭔가 하고 있다. 심곡도서관의 미술심리상담사3급 과정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말이다.

자격증이 욕심이 났던 것은 아니었다. 상담을 받고 싶은 심정으로 듣기 시작한 미술심리 강의는 일주일 내내 목요일만 기다리는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괴로운 기억이 되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 나는 왜 그랬을까 끊임없이 되물어보고, 현재의 나는 왜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슬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을까? 하염없이 울어보며 희미하게 내가 찾아지는 마술 같은 시간들~

미술치료 작업을 하다 나도 모르게 드러난 문제의 해답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새장 속에 나를 숨기고, 가두어 둔 스스로를 탓하며 괴로워했다. 작업을 통해 묵혀두었던 고민들을 털어놓고 치유의 시간을 가지며 답답했던 마음에 숨이 쉬어진다. 변한 것 없는 일상이 달라지는 믿을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놓치기 싫은 뭔가에 이끌려 3급, 2급을 따고, 1급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 중에 있다.

[미술치료기법 중 인생 파노라마]  20대 나는 새장 속에 나를 가두었구나

설레던 가을이 지나고 한겨울 시작했던 2급 강의는 몇 번의 폭설과 아이의 방학이 겹치며 오늘도 무사하기를 얼마나 외쳤던가. 그리고 봄에 시작한 1급 과정 중 현장의 첫 경험이 된 임상실습은 미술치료사가 사람의 마음에 숨을 쉬게 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꾸게도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적장애와 우울증이 있던 한 분은 점토를 이용하여 학대 받았던 어린 시절을 표현하고는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부드러운 점토를 만지면서 슬픈 기억을 떠올렸을까? 그랬었구나! 아팠겠구나! 고개를 끄덕여 준 것 밖에 없는데...

감사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그 분에게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해드렸다. 경험해 보지 못한 가슴의 따뜻함이 느껴졌고, 마음을 살리는 이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웅이 엄마 요새 돈벌어? 네! 나 요새 미술심리상담사로 일 해요!

쪼금 일한다고 여섯 살짜리 아들과 낑낑대는 날이 더 많아졌지만 독박육아 아줌마는 뭔가 하니 즐겁다. 돈을 벌려고 시작했던 일은 아니었다. 지쳐있었고, 우울했고, 불안했던 날들에 무언가 시작해보았더니 내게 위로가 되었고 용기가 생겼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얼마나 할 수 있겠어! 그래 맞다. 전속력으로 달릴 수 없는 애 딸린 아줌마라는 나 자신을 인정해주고 기어갈 수도 넘어질 수도 있음을 기억하는 순간, 나의 어떠한 걸음도 헛된 걸음이 되지 않는다.

나의 느린 걸음에 어느 날 엔진달린 날개가 달린다면!!!
그땐 남편이 육아를 도맡아야할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며~

최고가 아니면 어때요!
각자의 출발선에서 어려운 발걸음이지만 묵묵히 한 걸음만 떼어보세요. 내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된답니다.

이 세상에 달랑 하나있는 여섯 살 아들 지웅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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