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은 행복추구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접수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은 대장신도시 개발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9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습

시민행동은 진정서 제출에 앞서 부천시의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기현 사무총장(부천YMCA)의 인권위 진정 취지설명과 피해자를 대표하여 문정원씨와 윤진이씨의 시민 발언이 있었다.

이날 제출된 진정서에는 대장들녘이 한강의 찬 바람이 부천 중심가로 유입되는 바람길로 신도시가 개발되어 바람길이 막히면 환경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되어 시민들의 건강권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부천시의 환경지표는 열악하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가 파괴됨은 물론 늘어나는 인구와 함께 대기오염. 미세먼지, 녹지율 감소, 불투수율, 열섬현상 증가 등으로 환경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초고밀도 도시화, 범죄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임신부, 노인,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회적 취약계층 등에게 큰 영향을 주어 헌법 제 10조에 명시된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인권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진정서 내용의 요지다.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은 조사국에서 진정인, 피해자, 피진정인 또는 관계인에 대한 자료제출과 조사를 거쳐 위원회에서 조사된 내용을 심의하여 권고, 기각, 각하 등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다음은 이날 시민 대표로 문정원씨와  윤진이씨가 발표한 발언 내용 전문이다.   
 
부천시민 발언 1 (문정원)
 

 

부천시 대장들녘에서 부천시민들과 논농사를 2년 정도 지었습니다. 그 쌀로 밥을 지어먹고 첫째를 낳은 지 10년 만에 귀한 둘째를 얻었습니다. 땅과 흙과 가까이 하니 몸도 회복되고 건강해진 것입니다. 뜨거웠지만 논에 부는 바람은 더위를 식혀줬습니다. 대장들에서 같이 농사를 지었던 우리집 열 살 아들이 말합니다. “대장들녘을 그냥 놔두면 안되나요?“
 
저는 부천의 성주산 밑에서 산바람을 맞으며, 환경적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생활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녹지율이 전국 꼴찌인 부천에도 산이 있습니다. 산 아래 동네는, 공원이 많은 부천의 중심지보다 온도가 1-2도 더 낮습니다. 임신 중이었던 작년, 더위에 호흡곤란이 왔었습니다. 더위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올해 빚을 내 에어컨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에 에어컨이 일제히 가동되는 도시를 상상하면 공포스럽습니다. 당장의 미봉책에 불과한 삶의 방식은 기후 변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

  부천시는 왜 맨땅에 콘크리트를 붓고 메우는 일을 하려 합니까? 자연이 살아야지 사람도 삽니다. 생명존중을 말하면서도, 어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려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인구밀도 최고인 부천에 왜 과밀화를 부추깁니까? 부천의 마지막 논습지 대장들녘을 대대손손 물려줘도 부족합니다.

  부천의 바람길인 대장들녘에서 모내기 하던 중 금개구리와 눈맞춤하던 큰아이처럼 둘째아이도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존중의 도시에서 살게 해주세요. 건강한 바람을 마실 권리, 생명이 존중되는 도시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대장들녘을 살려주세요! 경제논리와 가치로
밀어붙이는 개발을 멈춰주세요! 이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인권위 진정에 참여합니다.


부천시민 발언 2 (윤진이)

 

저는 부천에서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시민입니다. 두 아이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어 건강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올 초부터는 뜻있는 몇몇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청에서 설치해준다는 기계식 공기정화기기 문제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여러 곳에 호소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물어봅니다. 이거 꼭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냥 환경 더 보호하면 되는 거 아니예요? 맞습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 기계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수치를 조금만 더 낮출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바깥에서 뛰어놀 수 있습니다. 이 더운날 마스크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개발한다는 소식만 들립니다. 부천의 바람길인 대장동 논밭을 시멘트로 덮고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러 정책을 시도하고 예산을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람따라 들어오는 오염물질이 들어오기만 하고 도대체 어디로 나간단 말입니까?
엄마들 커뮤니티에서도 부천은 다른 도시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늘 높다는 글이 자주 보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위해 후손들을 위해 대장동을 지켜주세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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