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여성의전화 활동가 디디가 생각하는 아주 간단한 도식.
평등 = 민주주의 = 더불어 돌보기 = 이것이 페미니즘.
 

 이 뜨거운 여름 페미니스트들이 뭉쳤다. 신나게 재미있게 안전하게 놀기 위해서. 2015년부터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주의 문화 축제를 벌여왔다. 이름 하여 페스티벌 킥. 6월 29일 토요일, 올해는 한강공원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일상에서 겪는 먼지차별(먼지와 같이, 분명 존재하지만 눈을 켜고 보려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차별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가 명명한 이름)에 킥(kick)을 날리자는 주제로. 먼지는 치우지 않으면 계속해서 생기고 쌓인다. 먼지차별은 성별, 나이, 인종, 성정체성, 장애와 같은 차별과 또 그에 대한 혐오를 생산하는 것들, 우리의 삶을 공격하는 것들에 대한 비유이다. 먼지도 치우지 않으면 큰 산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계속해서 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그야말로, 수고로운 일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이 노동을 깔깔깔 웃으면서 해 보면 어떨까, 이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모여서 놀아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한강 공원을 찾아갔다. 상상 그대로 유쾌했다. 부천에서 나고 자란 디디는 서울행이 언제나 좋다. 말 그대로 서울구경이다. 서울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오가는 곳이다. 도시는 그런 곳이고, 그래서 서로 다른 수많은 인간들이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기실, 도시는 다양체이다(그럼에도, 부천시문화다양성 조례가 시의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한데 어울려 있으니 놀면서 힘이 났다. 가수들, 오지은과 이랑과 신승은과 랩퍼 슬릭과 씨씨의 공연, 더불어 여성주의 연구자 권김현영,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송란희가 ‘여성들이 함께 노는 것의 의미’를 주제로 이야기 쇼도 진행했다.

 7월 4일 부천중앙공원에서도 재미있는 축제가 있었다. 부천새시대여성회가 주최한 성평등 마을 축제. 부천새시대여성회는 2000년 중반 우리 마을의 여성들이 결성한 단체라 한다. 디디가 활동하고 있는 부천여성의전화와 같은, 여성주의 단체이다. 부천여성의전화가 한국여성의전화의 지역 지부인 것과 달리 부천새시대여성회는 부천의 자생 여성 조직이다. 부천새시대여성회는 삶의 변화를 바라는 진취적 여성들이 함께하는, 행복한 여성 공동체를 지향하는 곳이라 한다.

삶의 주인인 여성,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여성 주체들이 7월 첫 번째 토요일, 여름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성평등의 바람을 담아 만들어보는 바람개비와 켈리그라피. 여성주의 이슈를 직접 이미지로 표현하여 만드는 열쇠고리. 성평등을 지향하는 나를 타투로 표현하기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있어서 그야말로 놀이로 성평등을 느끼는 ‘개념’ 축제였다.

각 시도 지방정부들은 7월 첫 주를 성평등기념주간, 양성평등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시가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여성단체들의 행사도 지원한다. 국가는 우리 헌법 정신,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양성평등 실현의 책무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양성평등기본법을 유지하고 있다. 양성평등이라는 용어가 현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지만, 여하간 양성평등기본법을 통하여 성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조례들이 존재한다.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는 성평등 기본 조례를, 강원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남도, 충청북도는 양성평등 기념조례를 유지하고 있다.

남녀평등이니, 양성평등이니 이 말 뜻의 기준점은 남성이다. 남성을 기준점으로 취하는 용어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와도 부적절하다. 말들에 숨어 있는 먼지차별이다.
 어찌 하든지 간에 축제가 있었다. 서울에서도 우리 마을에서도. 부천시가 7월 첫 주를 ‘성평등기념주간으로 명명하고(지난해까지는 양성평등주간기념행사로 치러졌다) 제24회 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MJ컨벤션 다이너스티홀에서 주최한 것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이날 김이광민 부천여성의전화 자문변호사와 강은희 회원 활동가가 성평등 실현 인권활동의 공로로 표창을 받았다. 기쁘고 즐겁다. 연일 찜통 같은 더위이지만 이어지는 축제로 수고로움이 괴롭지 않고 즐겁다. 서로의 수고를 다독이며, 놀 수 있는 것, 더불어 돌보는 일이고 페미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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