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끼었다고
뒤늦게 채비하는 봄날
아버지
발부터 허리춤까지
가슴부터 머리까지
한지 옷 둥그렇게 갈아입는다
동생이 먼저 가 좋은 자리 내주었다는
어쩌냐 죽는 데는 순서가 없는 걸 하시던
아버지
외출 나와
잠시 바깥공기 마시곤
사과 박스에 들어가신다
덜컹, 틀니 두 개가
홍조 띤 얼굴로
‘날이 좋구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걸 보니’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의 보폭이 덜컹거리던
자식들이 아버지를 꼭꼭 밟는다
-이향숙 약력-
2013년 시와소금 등단
시집<빨간 악어를 만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