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담배 연기를 맡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마 하루에 한 개피 정도는 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나야말로 나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나는 매일 적으면 5명에서 많으면 10명 이상의 흡연자를 만나야한다. 매일 그 순간이 내게 닥쳐올 때마다 나는 숨을 참으려 애쓴다. 하지만 내가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들이란 언제든 있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때부터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저씨들은 세상 혼자 사는 듯 담배를 푹푹 피워대고, 그 앞을 나처럼 학교에 가는 어린 학생들, 출근하는 사람들, 서로 손을 잡고 가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그 곳을 지난다. 어린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린다.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좋은 아침을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학교가 끝나고도 담배를 여기저기 거리에서 피는 사람들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또한 집에 가는 아이들도 말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산책나온 아이가 유모차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다. 그러나 담배를 피고 있는 어른들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매일 아침 순수하게 웃는 애들에게 주는 게 겨우 담배연기라니

나는 너무 쪽팔려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뭐가 이리 당당한지 모르겠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다름 아닌 이런 열악한 사회에서 인구정책을 위해 아이들을 낳으라고 말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담배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왜?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안하고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지, 왜? 자신의 흡연을 당연시 하는지, 청소년들이 하는  흡연에서 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이런 어른들은 흡연청소년에게 뭐라 할 자격이 없다)
 
 나는 소리칠 수 없다. "담배 끄세요!"  나는 말 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여성)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핑계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의 없고 당돌하고 어른에게 대들기만 하는 아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내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생각없이 묻곤 한다.

나를 알던 모르던. 그런건 상관없다. 그저 어른이 하는 말에 나는 순순히 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집에 가는 길에 성인 남자가, 어른이 말을 거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긴장되는 일인지 말이다. 나보다 덩치가 큰 어른의 그림자 속에 갇혀 그들의 말에 대답이나 해야하는 상황이 얼마나 수치스러운지를. 그들의 행동이 나를 쉬운 사람으로 만들고 나의 권리를 앗아가는 것인지 그들은 아마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와 아이들에게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피해를 주는 이들은 결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한 가정의 아빠일 수도 엄마일 수도 딸 일 수도 아들일 수도 있다. 또한 당신일 수도 있다.

 그저 이 시간에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고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고 바닥에 침을 뱉지 말기를 바란다. 흡연은 흡연구역에서 하는 것이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고 싶다면 정당한 벌금을 내야하는 것이 맞다. 당신이 버린 그 꽁초, 내뱉은 담배연기, 뱉어버린 침을 누군가는 치워야하고 맡아야하고 닦아야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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