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에 들어선 아이는 울음부터 터트립니다. 낯선 환경이 자신을 앞도하며 두려움을 느낍니다. 옆에 있는 부모에게 매달립니다. 부모는 스스로 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숲 환경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말로 달래봅니다. 
아이 : “앙앙앙 아아아 어어어 앙앙앙”
엄마 : “괜찮아. 저기 봐 다른 친구들도 다 간다. 저기 친구도 함께 있잖아. 가보자.”
아이는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고 계속 울음을 터트립니다. 아직 말로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이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부모는 당황하고 힘들어 합니다. 아이는 한참을 부모 곁에서 안정을 취한 후에야 출발할 힘을 얻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 앞에 우두커니 선 아이가 있습니다. 숲길은 키 작은 나무와 큰 나무가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고 바닥에는 작은 풀들이 늘어선 울퉁불퉁한 길입니다. 방금까지 주위가 환하고 바닥은 반반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온 아이는 어리둥절합니다. 숲길은 어둡고 고요합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경계심을 늦추지 못합니다.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용기 내어 걸음을 옮겨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자못 진지합니다. 두 눈으로는 주변을 살피고 부모의 얼굴도 살피며 안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한 동안 탐색은 계속됩니다. 부모의 표정과 목소리도 좋고 숲길도 위험한 상황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점점 안정된 느낌을 받습니다. 안정된 마음은 숲길을 다르게 탐색할 수 있는 오감을 열어 줍니다.

 

도시에서만 살다 숲에 처음 온 친구들 중에는 숲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격, 연령대, 성별 등등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잘 적응하면 문제가 없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의 어려움이 커져 숲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숲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자연을 거부하게 되는 경험으로 자리 잡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안 좋은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나중에 누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기억을 위해 우선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이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학습장에서 곤충을 못 만지는 아이를 봤습니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쉽게 손을 뻗지 못합니다. 소극적인 아이를 보다 못한 부모가 먼저 집으며 만져보라고 합니다. 아이가 그래도 쉽사리 하지 못하자 부모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잡을 것을 권유합니다. 부모는 주위의 다른 아이들이 쉽게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더 적극적으로 아이를 설득합니다. 결국 아이는 잡지 못하고 부모와 아이 모두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자리를 뜹니다. 아이에게 좀 더 충분히 관찰하고 지켜볼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했다면 아이는 언젠가 곤충을 만져 볼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와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갑니다. 나뭇잎에 애벌레가 찾아옵니다. 애벌레는 나뭇잎을 먹는 것이 자연법칙이고 나무는 애벌레에게 나뭇잎을 주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자연법칙은 생명체의 삶이고 본능입니다. 꽃을 따는 아이, 흙을 먹는 아이, 나무를 꺾는 아이 등등 아이는 호기심으로 움직입니다. 호기심은 아이의 본능이고 꿈이자 삶입니다. 어린 시절만이라도 자신에게 충실하게 충분히 본능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아동심리와 인지발달로 유명한 피아제 교수는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아이의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주어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주도적으로 지식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호기심이 있습니다. 열려있는 마음으로 다양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해야 합니다. 자연의 생명을 선물 받은 아이는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바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연 안에서 다양한 생명과 만나며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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