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지기가 읽은 만화>
도서: 과학 이야기. 글/그림: 대릴 커닝엄. 옮김: 권예리. 출판사: 이숲
 

2019년,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지 벌써 50년이 됐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으로 반세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현실을 살고 있다. 석유가 아니면 자동차가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가스로 그리고 이제는 전기로 자동차가 다닌다. 컴퓨터가 집집마다 생기더니 이제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다니는 정도가 되었다. 길거리에서 10원, 20원으로 공중전화를 하고, 추운 겨울에 통화가 길어지면 뒷사람의 채근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 거리에서 공중전화를 만나면 오히려 낯설다.

기술문명, 정보통신의 발전은 편리한 삶만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한 삶을 가능케 한다. 특별히 면대 면으로 형성되던 사회, 인간관계조차 방 안에서 두드리는 키보드와 모니터 화면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SNS를 통해 지구 반대편이라는 지리적 간극은 옆집만큼이나 가까워진다. 언어가 달라도 소통이 어렵지 않다. 번역기 앱 하나만 핸드폰에 설치하면 충분하다. 세대 간에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를 위한 번역기가 개발되면 ‘노벨평화상’ 받을 것이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한다.

 

현대 문명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실로 우주적 분량을 갖고 있다. 지식과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학교와 백과사전을 이미 뛰어넘었고 거침없는 속도로 오늘도 진보하고 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구글 어스를 통해 미리 둘러보고 떠나기에 현지에 도착하면 “구글로 본 것과 똑같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처음 방문한 이국 땅의 풍경조차 낯설지 않다.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할 때 유튜브를 찾아본다. 필자도 하모니카를 시작하면서 학원 대신에 유튜브를 먼저 찾았고, 하모니카 고수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방송을 거실에 앉아 편하게 보면서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요리를 할 때도 동영상을 틀어 놓고 따라 한다. 그러니 요리에 곰손인 사람도 평균 이상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참으로 대단한 시대를, 살기 편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어디 볕 든 부분만 있겠는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과학, 기술 문명의 발전에 의한 생활의 편리함, 풍부한 정보와 손쉬운 지식의 전달 괴정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가공할 수 있는 요즘,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가 적지 않다. 그것도 객관적이라는 ‘과학’의 이름을 빌어서 말이다. 정보를 살짝 비틀거나 왜곡함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례가 역사 가운데 수없이 많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만화 ‘과학 이야기’는 전기충격요법, 동종요법, 웨이크필드 사건의 진실, 달 착륙 조작설, 기후변화, 진화론, 카이로프랙틱 그리고 과학 부정론까지 총 여덟 꼭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부분이 과장, 과소 되었는지, 왜 그랬는지 이야기한다. 물론 책의 내용 가운데는 독자나 관계자들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유익하다 싶은 것은 소위 ‘통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뉴스를 접할 때 진짜 객관적인지, 제대로 된 통계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소한 교차 확인을 해야 한다. “잠깐! 확인 좀 하겠습니다.”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시대라 조금 웃프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정보의 바다에서 ‘마실 정보’를 찾아야 한다.

*웃프다: 웃기고 슬프다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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