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 참 무더운 때입니다. 숲에 오시는 어머님께서 아이와 있었던 대화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숲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에게 궁금해서 물었다고 합니다.

어머님 : “밖에 서 놀면 안 더워?”
아  이 : “밖에서 놀면 당연히 덥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대답을 듣고 우문이었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공감을 했습니다. 대답하는 아이의 표정과 말투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빤히 쳐다보거나 무심히 지나가는 말처럼 대답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여름에 더운 것을 당연히 여기며 놀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더위는 자연의 흐름상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아이는 더워도 숲에서 노는 것이 좋았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더운 날씨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아이는 놀이를 기준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다른 더운 날 숲에서 놀다 돌아갈 시간이 늦어져 서두르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대장 : “빨리 가야겠다. 날이 무척 덥네. 부모님들 더운데서 기다리면 힘들어 하셔.”
아이 : “어른들은 왜 더운데서 못 있어요?”
아이들은 2시간 이상 밖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데 어른들은 잠시도 왜 못 있냐는 질문입니다.
대장 : “어른들은 더운 곳에서 놀 줄 몰라. 잊어 버렸어.”
아이 : ...
대답을 들은 아이는 쉽게 이해가 안 되는 표정입니다. 갸우뚱할 뿐 질문은 없습니다. 알듯 말듯 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환경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아이는 놀이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날씨라는 환경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아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놀이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자는 수동적이 되고 후자는 능동적이 됩니다. 수동적이 되면 날씨 때문에 할 수 없고, 공간 때문에 할 수 없고, 시간 때문에 할 수 없게 됩니다. 능동적이라면 날씨, 공간, 시간에 관계없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도시는 지금보다 나중이 중요해진 삶을 살아갑니다. 아이에게 미래의 편안함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라고 강요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부모들은 불안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준비시킵니다. 미래의 불안을 현재로 가져와 지금 당장 아이 삶에서 꼭 필요한 놀이를 분리시킵니다. 놀이가 삶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를 포기하는 삶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지금의 삶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도시 속 아이들은 현재에 만족하며 노는 법을 잊어 갑니다.

 

모든 생명은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아이들은 자연과 같은 사이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도시적인 부모의 도시적인 삶의 사이클은 아이를 자연으로부터 멀어져가게 할 뿐입니다. 도시적이고 인위적인 사이클은 자연과 다릅니다. 밤에 대낮처럼 생활하고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하고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살아갑니다. 환경을 지배하려는 사이클은 자연적인 흐름과 다릅니다.

 

더운 날씨에 집에 있으면 시원할 수는 있지만 갇혀 있는 것입니다.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몸과 마음이 굳어 가는 것입니다. 자연에 있다면 몸이 움직입니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생기가 돕니다. 생기가 돌면 환경을 놀이로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자연이 됩니다. 아이들은 놀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이 서로 교감하듯이 아이도 그렇게 자연과 함께 합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추석을 지나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공기가 숲속에 이슬을 가득 내려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한 낮에 뜨거운 태양은 열매를 여물게 합니다. 논밭뿐만 아니라 숲도 풍성한 계절이니 집 주변의 숲이나 공원에 가셔서 아이들과 자연을 느끼고 놀이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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