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절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름과 달리 겨울에만 있는 숲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 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하나는 ‘얼음’입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그냥 연못이나 시냇물이던 곳이 어느덧 물은 사라지고 얼음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이 장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연못 주변을 살피며 얼음의 상태를 확인 합니다. 눈으로 살피다 발로 살짝 눌러보기도 합니다. 눌러 보다 발이 빠지기도 합니다. 발로도 눌리지 않으면 나무를 구해 때려보기도 하고 돌을 던져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튼튼한 것을 확인하면 얼음판 위로 용기를 내어 들어갑니다. 미끄럼도 타고 넘어지기도 하고 얼음을 만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쩡’하고 얼음 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혼비백산하며 연못 밖으로 빠져 나오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위험에서 빠져 나와 서로 처다 보고 실컷 웃는 모습이 행복하고 즐겁게 보입니다.

 

여느 날처럼 아이들은 연못을 놀이장소로 삼아 얼음판과 땅을 번갈아 오가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어른이 아이들을 보고 소리칩니다. “야~ 너희들 물에 빠져! 얼른 나와!”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합니다. “괜찮아요. 얼음 튼튼해요.”라며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고 “왜요? 왜 나와요?”라고 되묻는 아이도 있고 쭈뼛거리며 그 자리에 있는 아이도 있고 자리를 슬쩍 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을 상대하느라 잠시 신나는 놀이가 멈춥니다. 어른이 있는 동안 멈추었던 놀이는 어른이 떠나면 다시 시작됩니다. 다시 얼음위로 오르고 깨고 미끄러지고 놀라고 춤추며 놀이는 계속됩니다.

숲의 얼음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아이와 놀러온 가족이 있었습니다. 얼음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가족의 아이도 얼음 위를 걸어 봅니다. 부모는 걱정이 되어 아이에게 말합니다.
“두드려 보고 가. 깨지면 빠져.”

 

“...”
아이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들고 있는 나무로 얼음을 두드려 본 후 걸음을 옮깁니다. 부모는 안전을 위해 아이에게 두드려 보라고 했습니다. 얼음 위에 서서 얼음이 깨지는지 두드려 보면 안전할까요? 부모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안전에 관련된 속담 속 지식을 생각했을 겁니다. 간접과 직접의 경험 차이가 위험과 안전의 결과 차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얼음 위에서는 두드리며 걷기보다 보고 들으며 가야 합니다. 얼마나 두껍게 얼었는지 경험으로 알고 믿음이 있을 때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이들에게 충고한 어른들의 걱정은 아이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걱정되었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야 아이들이 알아들을 텐데 그냥 쉽게 자신의 경험을 던지듯 말하고 갑니다. 말을 했으니 어른의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말입니다. 어른의 말은 생략이 많아 아이들에게 뜻이 전달되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얼음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합니다. 어른들의 호통을 포함한 약간의 위험은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충족되기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됩니다. 얼음을 통해 얼음조각이 눈보라처럼 튀는 모습을 구경하고, 얼음판에 금이 가는 모습과 소리를 듣고, 얼음조각의 투명함과 차가움을 느낍니다. 얼음으로 놀라고 웃으며 즐겁게 놀이를 합니다. 얼음 놀이는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아이들 마음에 남습니다.

 

삶이 도시화 되면서 겨울에는 따뜻한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지만 사실 아이들은 겨울에도 밖에서 놀아야 당연한 것입니다. 겨울에 접하는 자연은 다른 매력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는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부모님들이 용기를 내어 겨울에도 자주 밖에서 놀아보시기를 권해 봅니다. 자주 나갈수록 더 많은 아이와 가족만의 겨울 이야기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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