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비추는 숲 속 언덕 위에서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외칩니다.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따라 와봐!”

 

비탈을 내달리는 모습이 멈출 것 같지 않게 앞으로 넘어질 듯 빠르게 뜁니다. 그 뒤를 바로 따라 뛰는 아이도 두 팔을 벌리고 힘차게 달립니다. 그 다음 아이는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약간 주춤합니다. 팔은 벌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비탈을 뛰어 내려갑니다. 모두가 뛰어내린 후 다시 언덕에 줄줄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다시 언덕을 뛰어 내달립니다. 오르고 내달리기를 반복합니다. 마지막에 늘 주춤하던 아이도 어느 사이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으며 내리막을 뛰어 내달립니다. 숲 속 나무 사이에는 햇살이 밝게 빛나고 아이들 얼굴에는 미소가 밝게 빛납니다.

 

날씨가 춥거나 미세먼지가 있거나 전염병이 있을 때도 아이들은 뛰어 놀고 싶습니다. 그런데 뛰어 놀 곳이 없습니다. 집에서는 뛸 수 없고 밖에 나가야 하지만 부모는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키즈 카페를 가기도 하고 집 앞 놀이터에 나가기도 합니다. 그나마 아이들은 뛰어 놀 수 있어 즐겁습니다. 집 보다 조금 더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공간은 아이들에게 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어떤 공간을 제공해 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는 달라집니다. 놀이는 아이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공간은 아이에게 영향을 줍니다. 활동하는 공간은 아이의 공간이 됩니다. 활동 공간의 넓이는 아이 마음의 넓이가 됩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 한명이 사용할 공간이 줄어듭니다. 줄어든 공간은 주변과 더 잦은 접촉을 야기합니다. 잦은 접촉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합니다. 모든 사람은 개인마다 정해진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그렇습니다. 아이는 주변 사람과 접촉하며 소모된 에너지양만큼 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느라 바쁘고 혼자 시간을 보낼 기회도 없어 힘듭니다. 좁은 공간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도 없고 다른 이를 배려하기도 힘듭니다. 학교에도 사람이 많으면 사건사고가 많습니다. 도시도 사람이 많이 모여 살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다양한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나누고 쪼개어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과밀화된 곳은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과는 먼 거리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주형원의 책<사하라를 걷다>에서 저자는 사람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광활한 자연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걸까?' 우리는 어쩌면 너무 많은 벽을 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유목민처럼, 사막의 바람처럼 영혼을 교류하는 세상이 올까?

공유공간이 요즘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나와 더 넓은 공간을 함께 쓰는 개념입니다. 좁은 곳에 살던 사람들이 점점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걸가요? 사막의 바람처럼 영혼을 교류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면 아이의 마음은 광활한 자연과 같이 넓어야 합니다. 마음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환경이 필요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터의 ‘크기’가 10 이라면 숲은 100 이상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터의 ‘경험’이 10 이라면 숲은 10,000 이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마음의 크기’가 10 이라면 숲은 1,000,000 이상입니다.

하늘 높이 탁 트인 시야, 다양한 향기, 시원하고 따듯한 바람, 언덕과 바위의 굴곡, 하늘로 뻗어가는 수많은 나무, 지저귀는 새와 활발한 다람쥐 등 계절마다 다가오는 생명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은 늘 고정된 놀이터와는 전혀 다른 공간입니다.
 
수많은 자연의 생명들이 함께하는 공간인 숲은 도시의 놀이터가 줄 수 있는 환경과 전혀 다른 넓은 마음을 아이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곧 봄이 옵니다. 황사, 미세먼지, 전염병 등 아이들이 밖에 나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도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기회 되실 때 마다 숲에 가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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