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운동장 개발계획에 따른 갈등을 겪은 후 부천 시민사회는 개발에 따른 환경적·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고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첫 단추로서 땅의 생태적 특성과 보전가치를 평가하는 도시생태현황지도가 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지난 민선6기 출범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한 ‘도시생태지도 작성’이 김만수시장의 공약사업(공약번호: 3-9 도시생태지도 제작, 추진부서: 환경정책과)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민선6기 부천시는 공약사업 추진을 계속 미루어 오다가 김만수시장 임기 말인 2018년에 시행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으나 이마저도 실행하지 않았고, 개발사업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만을 추진하여 시민사회와 많은 갈등을 초래하였다.

  도시생태현황지도는 독일의 비오톱지도(Biotop map)를 근간으로 2000년 서울시에 최초로 도입되었고, 몇몇 지자체에서도 친환경 도시관리를 위해 제작되었다. 도시생태현황지도는 생물서식공간인 비오톱(최소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군집 서식공간)을 지도화하고 평가하여 도시 환경관리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된다. 도시생태현황지도의 다양한 정보는 지자체의 지리정보시스템에 연동되어 시민에게 공개되고, 도시계획과 환경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 생태지도개념 - 출처 서울도시계획포털

  부천시 민선6기 출범 시 친환경도시를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렴하여 도시생태지도 작성의 깃발을 들었다. 부천시정의 추진의지가 부족하여 폐기되는 상황에 내몰렸으나 법개정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2018년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시 이상 지자체에서 도시생태현황지도 제작과 활용이 의무화되었으며, 환경부에서는 시 이상 8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1년까지 도시생태현황지도를 제작하여 제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 28개 지자체에서 도시생태현황도 제작 사업이 2021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기도 환경보전기금이 지원되면서 사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천시는 뒤늦게 「부천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 용역(기간: 1년 6개월)을 발주하여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와 약 2억3천만원으로 계약하여 지난 달에 착수하였다. 민선6기에서 진취적으로 추진되어 타 도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었던 공약사업이었는데, 법개정에 따른 의무화 사업으로 추진되어 빛이 바랜 아쉬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연구원은 작년 12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2021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현재 84개 지자체가 일시에 도시생태현황지도 제작 사업을 추진중인 상황에서는 전문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시간 부족 현상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김한수 연구위원은 “비오톱 평가결과는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근거자료로 활용되므로 도시생태현황지도의 공정성과 품질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도시생태현황지도 제작․활용에 시민사회의 협력․참여 제도화로 공정성과 품질향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그동안 지역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축적한 세부적인 정보가 반영되어야 하고, 지도작성과 평가등급 산정에 있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시흥시 비오톱지도 - 경기연구워, '경기도 도시생태현황지도 현안과 대안'에서 재인용

  「부천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 과업지시서에는 미약하지만, 시민참여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과업수행을 위한 기본방침 설정 및 계획 검토 시 시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의견수렴을 반영하기 위해 관내 환경단체·전문가 집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시민단체 모니터링 지점을 조사지점에 포함하여 모니터링 DB를 구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부천에는 준전문가 수준으로 지역 생태계를 오랫동안 모니터링 해 온 시민단체가 있고, 생태교육 선생님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민참여 협력구조 구축은커녕 모니터링 협조 요청도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정국으로 모든 것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도 있지만, 생물조사에는 봄철 조사가 핵심이어서 시작부터 놓치고 있는 상태다. 부천지속협이 해체되어 민관협치 거버넌스의 플랫폼이 상실된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과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천 도시생태 시민조사단」을 발족하여 운영하거나, 그간 시민단체가 수행한 모니터링 내용을 용역에 포함시킬 수 있는 협력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문위원과 별도로 용역사의 제작품질 관리 및 성과품을 검토·검수하는 데 있어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감독관 운영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에서는 감독관 운영제도를 권장하고 있고,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미 추진하고 있고 확대될 상황에 있다. 부천에서는 더 나아가서 시민감독관 제도를 도입한다면 좋은 사례를 남길 것이다.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사업에 있어 현장조사만큼 중요한 것이 비오톱유형화와 평가등급 산정이다.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부천의 도시생태현황지도 용역이 타 도시보다 일거리가 적고 매우 간단해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산이 작고 적으며, 하천과 습지는 거의 없고, 그나마 있던 경작지는 대부분 개발예정지로 분류되어 세심하고 신중하게 조사·평가해야 할 곳이 별로 없다고 간주할 수 있다. 녹지가 부족하고 개발사업 현황이 많은 고밀도 부천의 도시생태 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기준 및 평가등급 산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 도시에 표준적으로 적용하는 환경부의 일반지침을 그대로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면 이 지도는 사실상 부천의 도시계획과 환경관리에 있어 효용성이 떨어지고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부천의 환경용량과 도시생태계 실정에 맞는 구체적이고 세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남기고 복원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천시에 필요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시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만 풀어갈 수 있는 과제이다.

2014 부천 생태환경 시민조사단의 '부천의 모든 가족'

  지금부터라도 부천시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밑그림에 환경적·생태적·공동체적 가치가 고려될 수 있도록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해야 한다. 거버넌스 협력시스템이 와해된 이후로 오랫동안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할지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참여와 협력에 대한 발걸음을 같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후위기 시대, 고밀도 도시 부천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 뭇생명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