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97]

여름의 끝이 보이는 9월 어느 날 숲에 여자 두 분이 산길을 내려옵니다. 나이는 50대 정도로 보이고 옷은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었습니다. 한 손에는 물통을 들고 한 손으로는 연신 얼굴 주변을 손수건으로 닦습니다. 걸음걸이가 느려지더니 앞이 훤히 보이는 정자에 털썩 앉습니다. 한동안 두 분은 말없이 앉아 있습니다. 한 분이 천천히 말을 꺼냅니다.

매미 소리 오랜만에 듣네

그러게, 옛날 대청마루에서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듣는 느낌이야.”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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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오랜 시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눕니다.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부천을 비롯해 요즘 대부분의 도시 아파트는 매미 소리로 골치를 앓고 있다고 들었는데 매미 소리를 오랜만에 듣는다는 말씀과 그에 맞장구치는 대화가 신기합니다.

숲은 매미 소리가 생각보다 작습니다. 도시에서 못 들은 매미 소리를 숲에서 들은 이유가 뭘까요? 진짜 매미 소리를 못 들었다면 얼마나 바쁘게 살고 계신 걸까 생각해 봅니다.

못 들었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못 들었지만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못 봤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 못 봤어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도 합니다. 도시에선 바쁘고 여유가 없으니 매미 소리는 소음입니다. 소음은 그냥 소음이니 차차 안 들립니다. 그런데 숲에 오면 여유가 생깁니다. 숲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는 추억의 소리입니다. 행복한 어린 시절 들었던 매미 소리가 들린 것일 겁니다. 잠시라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여유 있는 시간 두 분은 숲에서 듣는 매미 소리에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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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들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나요?’라고 묻는다면 언제를 이야기할까요? 아마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많이 놀면서 자신의 시간을 살았을 때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불행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일정에 맞춰 살아갑니다. 공부도 놀이도 식사도 잠도 모든 것이 사회가 정한 지식 안에서 맞춰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보다 사회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 아이들이 불행하다면 미래는 행복할까요? 아이가 커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어른이 된 아이에게 지금까지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나요?’라고 물을 때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그리고 미래에 잘살고 있는 것일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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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나라가 좋은 나라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미래가 있는 나라입니다. 아이들은 사회에서 태어나 사회 안에서 자라갑니다. 스스로 만든 말과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사회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사회의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를 보고 배웁니다. 어른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 아이도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합니다. 부모가 다정하게 지내면 아이도 다정하게 지냅니다. 어른이 공손하게 아이에게 조언하면 아이도 공손하게 어른의 말을 듣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소중히 하면 아이도 자신을 소중히 여깁니다. 부모가 자연을 존중하면 아이도 자연을 존중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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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따라 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물려주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멘탈의 연금술>의 보도 새퍼가 성공을 위해 제시한 3가지 중에 하나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이야기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이야기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입니다. 지금 당장은 건강한 사회, 훌륭한 부모가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됩니다. 실천하고 버티고 행동하고 또 행동하면 언젠가는 좋은 부모로 아이는 부모를 기억할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닮아 행동하는 아이가 되어 사회가 꼭 필요한 인재가 되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아직 단풍은 없지만 이미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은 말없이 행동합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을 준비합니다. 시간 되실 때 아이와 함께 숲길을 거닐며 자연을 존중하는 모습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과 더 좋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모든 부모님을 응원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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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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