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3]

아이가 숲속 놀이터에 부모와 놀러 왔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부모는 아이 곁에 있습니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다가 핸드폰을 보다가 아이를 보다가 핸드폰을 보다가 반복 운동하듯이 시선이 왔다 갔다 합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부모가 아이에게 말합니다.

현무야 가자.”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부모가 아이를 달래 봅니다. 바로 출발이 여의치 않은지

부모가 다시 말합니다.

그럼 5분 뒤에 간다. 알았지?”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부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놀이가 다급해집니다.

숲학교에 온 아이 중 하나가 다른 아이들과 놀지 않고 혼자 숲을 걷습니다. 가다가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을 보며 만져 봅니다. 한동안 앉아 있다 일어서 좀 더 걸어갑니다. 나무 앞에 무릎을 꿇고 나무 옆에 벌어진 틈을 봅니다. 틈 사이를 보려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위에서 내려 보고 옆에 붙어 보고 아래에서 올려보기도 하며 몸을 움직입니다. 다시 일어나 좀 더 걷다 하늘을 봅니다. 눈이 무언가를 쫓아 얼굴을 돌립니다. 새를 보았는지 나비를 보았는지 시선이 먼 곳을 향해 갑니다. 숲에 아이와 자연만 있는 것처럼 아이는 자유롭습니다.

충분히 놀아 본 아이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어린 시절에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에 다니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변변한 놀이터가 없어 골목에서 놀았지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가방 내려놓고 골목으로 나가서 놀기 시작하면 해가 지고 밥 먹으라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노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뛰어놀았습니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이것저것 놀이를 했었지요. , 누나들이 알려준 놀이부터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까지 놀이에는 끝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놀이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의 놀이 시간은 어떨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이의 시간이 아닌 부모의 시간을 사는 아이들은 늘 바쁩니다. 아이는 아이의 시간에 살지 못하고 어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정해진 시간만큼 해야 합니다. 시간을 쪼개고 분리해서 효율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공부도 생활도 놀이도 모두 효율적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의 흐름대로 살지 못하는 삶은 존중받지 못하는 삶입니다. 지금은 아이의 시간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국민의 권리와 의무>에는 10조부터 39조까지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많은 권리와 의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10.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모든 국민은 존엄한 가치를 가지며 존중받아야 합니다. 국민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포함되며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회가 법과 판결이 불일치하고 부모가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면 국민은 법을 존중하지 않고 아이도 부모를 존중하지 않게 됩니다.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를 존중하기 힘듭니다. 사회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부모는 아이에게 사회의 시간을 강요합니다.

사회가 아이를 존중하기 힘들어도 부모는 아이를 존중해야만 합니다. 이미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존중으로 표현됩니다. 사랑을 보여주기는 힘듭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말투, 부드러운 스킨십 등은 존중해야 나올 수 있는 표현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힘들고 불행해도 아이를 대할 때 아픔을 전달하고 싶은 부모는 없습니다.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존중해 주세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부모가 가능한 최대한의 시간과 공간의 범위를 정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집에서 공원에서 힘들다면 숲에 가는 시간만이라도 시공간이 열리는 경험을 주셔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아이만의 속도와 시간을 존중해 주세요.

 

|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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