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6]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숲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닭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라 발목을 잡아 올리진 못하고 한 발을 땅에서 때고 한 발로 깡충깡충 뜁니다. 무릎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에 손과 어깨로 공격합니다. 부딪치기도 전에 한 발로 있기 힘들어 쓰러지기도 하고, 공격하러 가는 중간에 지켜 쓰러지기도 하고, 힘센 아이의 공격에 단번에 쓰러지기도 합니다. 공격을 받아 쓰러진 아이 하나가 외칩니다.

나 광고 봐서 살았어!”

그러면서 다시 놀이에 뛰어듭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광고를 봤다는 아이는 다시 놀이에 참여합니다. 이번엔 지쳐 쓰러진 다른 아이가 외칩니다.

나도 광고 봤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몇 차례 다시 살아난 아이들은 결국 이기진 못했지만 계속 살아 놀이에 참여합니다. 이후 놀이 시작 전에 너는 광고 몇 개까지 쓸 수 있어.”라며 아이마다 쓸 수 있는 광고 개수를 정합니다. 광고라는 언어가 자연스럽게 놀이에 사용됩니다.

옛날에도 놀이를 할 때 지금의 광고같은 용어가 있었습니다. 광고 대신 깍두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깍두기로 지정된 아이는 놀이를 할 때 기존 규칙에 적용받지 않고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습니다. 죽지도 않고 계속 살아서 놀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깍두기는 집단 놀이에서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함께 놀기 위한 배려입니다. 배려는 약한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약한 아이도 놀이에 계속 참여하며 언젠가는 성장합니다. 성장한 구성원이 많아지면 더 즐겁게 놀이할 수 있고 놀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줍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일본의 유명 강사이자 저자인 사토 도미오는 놀이는 살아가는 힘을 준다.’고 했습니다. 놀이는 뇌에 자극을 주어 도전하게 합니다. 놀이하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발견하는 법을 배웁니다. 분석하여 판단하는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로는 뇌를 자극하고 동료를 찾는 직관을 키울 수 없습니다. 합리적 사고로는 두근거리는 감동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은 두근거리는 감동입니다. 놀이는 직관을 키웁니다. 놀이로 두근거리는 삶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우리는 꿈을 키웁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 달리 놀이의 형태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핸드폰, TV, 태블릿, PC 등 손쉽게 접하는 디지털 도구로 인해 온몸을 쓰던 놀이에서 입, , , 손만 쓰는 놀이로 바뀌어 갑니다. 밖에서 놀기보다 안에서 놀이를 합니다. 몸을 쓰는 시간보다 눈과 손만을 쓰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백 년 전에 놀이와 유사하던 50년 전의 놀이 문화가 지금은 10년도 안 되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변화 속도를 넘어서서 사회 문화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두근거리는 직관을 키울 수 있을까요? 경험이 다른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플라톤은 삶은 놀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핸드폰을 몸의 일부로 느끼는 포노사피엔스가 되어 갑니다. 미세먼지, 코로나 등으로 부모가 외부활동을 선택하기 어려워진 아이들은 디지털 놀이를 자주 하게 됩니다. 틀에 맞춰진 놀이는 수동적입니다. 수동적인 놀이는 수동적인 삶을 만듭니다. 미래 아이들의 삶이 디지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히게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놀이는 삶입니다. 디지털 놀이뿐만 아니라 우리의 본성인 외부 놀이도 병행해야 더 다양하고 균형 잡힌 두근거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놀이가 바뀌면 삶도 바뀝니다. 놀이가 바뀌면 언어도 바뀝니다. 필연적으로 아이와 부모 간의 언어 차이가 발생합니다. 언어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생각의 차이는 이해의 차이를 만듭니다. 이해의 차이는 관계를 멀어지게 합니다. 부모가 좀 더 아이들의 디지털 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이에게 부모의 아날로그적 언어 환경을 제공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합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관계도 좋아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숲은 아날로그적인 본능적 공간입니다. 사람 간의 언어와 생각의 공통점을 만들어 줍니다. 공통점이 늘어나면 부모 자녀 간의 차이를 조금은 좁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시간 될 때 자연으로 숲으로 가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