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10]

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숲길을 지나갑니다. 길옆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멈춰 섭니다.

어머 이 꽃 좀 봐 너무 예쁘다.”

이름이 뭐지?”

그러게, 이름이 뭘까? 너 이 꽃 이름 알아?”

그거 내가 알려 줄게. 핸드폰으로 찍으면 딱 나와.”

핸드폰을 꺼내 들고 꽃을 찍습니다.

. 이거 인동덩굴이네. 인동꽃.”

. 그거 신기하다 어떻게 한 거야?”

봐봐

모두 얼굴을 가까이 마주 대고 핸드폰을 주시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네.”

세상 편해졌어.”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진으로 자연물을 맞추는 검색 기능은 있어도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90% 가까이 틀린 답을 알려 주었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핸드폰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매년 숲길에 오가는 분들의 대화를 듣고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90% 이상 정확하게 맞히는 것 같습니다.

숲속 의자에 앉아 쉬며 대화하는 등산객들이 있습니다. 숲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어 무슨 냄새 안 나? 좋은 냄새인데.”

그러게, 무슨 향이 나긴 한다.”

어디서 나는 걸까?”

숲에서 향기가 솔솔 납니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 꿀 향을 남깁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변을 살펴 코를 킁킁대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쉬움을 남기며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갑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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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편리함을 끝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편리해질지 상상해 봅니다. 핸드폰이 냄새와 촉감도 인식하여 알려 주는 날이 올까요? 핸드폰이 호흡으로 향을 구분해서 무슨 꽃, 나무인지 알려주는 기능. 핸드폰을 나뭇잎에 문지르면 무슨 풀인지 알려 주는 기능 등등 상상해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과거에 사진만으로 사물을 맞출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려울 것 같던 의심은 가능한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에는 촉각, 후각, 미각 모두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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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가르쳐 주는 것은 지식입니다. 지식만으로는 지혜롭게 살 수 없습니다. 시험 성적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관계가 좋고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식에 도움받는 삶과 지식에 끌려가는 삶 중에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자신의 느낌으로 사는 삶지식을 기준으로 사는 삶은 다릅니다. 지식은 지혜가 아닙니다.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의 저자 페터 볼레벤은 자연을 직접 경험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시각적 지식으로 습득한 정보의 한계와 시각 이외 다른 감각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오감으로 자연을 만남으로 인해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이 자연의 전부가 아닌 일부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향기로 촉감으로 맛으로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은 창의력의 원천입니다. 사람은 대대로 자연을 모방한 창의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발전은 더뎌지고 심하면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 위기처럼 말이죠.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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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맛의 배신>에서는 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우리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각종 조미료의 등장으로 자연의 향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합성첨가물의 자극적인 향은 건강한 자연의 향을 인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인간이 가진 오감의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도시사회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시각에 치우친 사회는 균형 잡힌 삶을 위협합니다. 빠른 속도에 몰입하는 사회는 자연스러운 삶을 위협합니다. 도시화, 시각화, 빠른 속도의 삶은 자신이 주도하는 삶이 아니라 끌려가는 삶이 되기 쉽습니다. 주변 모두가 끌려가는 삶 속에 있으면 자신이 끌려가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끌려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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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환경 속에만 있던 아이는 행복한 환경을 알 수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환경을 경험해야 지금의 부자연스러운 환경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환경을 경험하기 위해, 사회에 끌려가지 않는 삶을 위해, 자기만의 느낌으로 살기 위해 숲을 직접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요?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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