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11]

지붕 아래 있는 긴 의자에 아이들이 가방을 내려놓습니다. 가방을 먼저 내려놓은 아이가 지붕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그 뒤를 다른 한 명이 따라 뛰어가고 또 다른 아이가 뛰어갑니다. 남은 아이 한 명은 천천히 걸어 그 뒤를 따릅니다.

빨리 와!”

.”

앞서 뛰어가던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남은 아이가 대답합니다. 대답은 하지만 발의 속도는 더 빨라지지 않고 천천히 뒤따라가 갑니다. 앞서 뛰어나간 아이들은 들판과 언덕을 뛰어노는 놀이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입니다. 남은 아이는 곤충과 풀을 만지고 관찰하며 모래를 좋아합니다. 앞서간 아이들과도 그럭저럭 어울리지만 좋아하는 것이 바뀌진 않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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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고 모두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함께 놀고 있다고 계속 즐거운 것도 아닙니다. 각자가 원하는 놀이는 다양합니다. 놀이마다 각자 즐기는 시간도 다릅니다. 아이가 성장하며 혼자 놀기보다 같이 놀기를 원합니다. 원하는 놀이는 달라도 함께 놀고 싶어 합니다. 놀이를 함께하기 위해 어떤 친구는 자신의 놀이를 포기하고, 어떤 친구는 양보하고, 어떤 친구는 양보하지 않습니다. 양보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으면 놀이는 길게 진행되지 못합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주장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서로 주장이 강하면 놀이는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놀이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양보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양보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포기하지 않는 양보는 더욱 어렵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성숙한 것입니다. 양보는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중요한 역량입니다. 양보할 줄 아는 아이가 속한 아이들은 놀이가 지속적이고 다양하며 몰입도가 높습니다. 양보는 즐겁고 좋은 경험이어야 합니다. 놀이하는 시간이 적은 아이일수록 좋은 경험이 부족해 양보가 쉽지 않습니다. 놀이 시간이 부족하면 양보할 시간도 부족하고 진짜 놀이를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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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콘서트의 저자이자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창의적인 뇌를 만드는 방법으로 멍 때리기를 강조합니다. 멍 때리는 시간이야 말고 뇌가 창의적으로 작동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놀이와 놀이의 중간 사이 멍 때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심심해라고 표현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놀이로 넘어가는 심심한 시간멍 때리는 시간입니다. 더 재미있고 색다른 놀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심심한 시간입니다. 심심해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쁘면 멍 때릴 시간이 없습니다.

놀다 보면 다수가 원하는 놀이에 소수가 함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적인 아이가 동적으로 놀아야 하거나 내향적 아이가 외향적 놀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는 정적이고 내향적인 아이보다 동적이고 외향적인 아이가 더 똑똑하고 생활을 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편향은 각자의 개성을 억압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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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는 창의적 뇌를 만든 방법으로 전혀 연관 없는 다른 것을 연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다양한 것들 통합하는 통섭의 능력이 필요하고 통섭을 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성향과 사회 문화적인 영향으로 경험은 자연스럽게 편향되기 쉽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등등 끼리끼리 모이면 편향은 더 강화됩니다. 치우친 강화는 상호 연결을 끊고 창의적인 사고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창의적 사고를 위한 다양성은 편향적이지 않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외향적 사람이 내향적 사람을 이해하고 남성이 여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도 기존의 혈액형 대신 상대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지 않을까요? 서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어린 시절 외향적인 놀이와 내향적인 놀이를 모두 하고 남녀가 함께 놀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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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과거의 규칙을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 , 수 위주의 암기와 빠른 문제 풀이를 요하는 효율성 교육입니다. 과거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요? 그때도 지금 가르친 과거의 규칙이 아이들에게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미래 출현의 저자인 황준원은 미래는 창의적 노동자가 필요하고 노동을 탈피하려는 요구가 강해 지금의 노동 중심적 과거형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걱정합니다. 이제는 노동 중심 교육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포용하는 의미 창조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미 창조 교육의 핵심은 다양성입니다. 학생 각자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교육 없이 미래에 필요한 창조적 역량이 갖춰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열린 사고와 다양한 행동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숲에서는 수많은 생명체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자연보다 더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인 곳이 있을까요? 아이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인 숲으로 초대해 봅니다.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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