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인구절벽을 이야기하는데 딱히 해결 방법은 없는 듯합니다.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수십만 원의 부모수당을 지급하고, 다자녀가구 기준이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하향 조정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유모차에는 아기보다는 반려견이 타고 있는 경우가 더 흔해졌습니다.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라고 합니다. 2026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가 되는데, 새해가 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노인이 되고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의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누구나 노인이 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같습니다. 만일 재물이나 재능, 미모와 같은 차이에 따라 인간의 노화와 죽음이 공평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는 것보다 차라리 암에 걸리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암 환자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듣는 사람도 압니다. 그만큼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을 때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노인 의료와 돌봄을 하는 곳들이 많아져서 가족 돌봄이 예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지긴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시설에 보내는 일은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더구나 본인의 정신이 또렷할 때 나는 절대 요양원에 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치매는 보호자 병

치매에 걸린 환자 본인은 치매에 걸린 것을 알지 못하고, 가족들이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발견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 몸에 병이 들면 뇌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는 것인데,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뇌가 뇌를 관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치료와 돌봄이 시작되는데, 경도인지장애 수준인 초기에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거나 독립적인 생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기 상태로 넘어서게 되면, 인지기능 저하와 이상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게 됩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갔다고 의심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잘 삐치고 우울해집니다. 조금씩 정도가 심해지면서 가족들도 지치게 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노인들 중에는,

나는 나중에 절대로 요양원에 가지 않겠다라는 독립선언형도 있고,

나를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말아줘라는 호소형도 있습니다.

요양원에 가서 다른 노인들하고 함께 지내는 것도 괜찮지, 하고 말하는 타협형은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가볍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은 경계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치매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 유병률을 보면, 65세 이상은 10%, 75세 이상은 20%나 되고, 80세가 넘어가면 훨씬 늘어납니다. (2021년 자료)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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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생활습관병

60~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합니다. 그런데 초로기 치매는 유전적인 성향이 강하고, 특히 30대에 발생하는 치매는 유전병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30~40대에 발생하는데 우성유전으로 세대를 거르지 않고 강하게 유전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는 1% 이하로 매우 희귀한 편이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아직 논란이 많지만, 치매의 발병 요인은 유전적 요인이 20%, 환경적 요인이 80%라고 합니다. 하지만 70~80대에 발병할수록 후천적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치매를 생활습관병이라고 말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후천적 요인으로 의사들은 잘못된 식습관, 영양부족, 운동 부족, 비만, 담배, ,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만성 스트레스, 화병, 우울증, 사회활동 부족, 수면 부족, 수면 무호흡증, 두뇌활동 부족, 오랜 TV 시청, 반복되는 뇌 외상 등을 이야기하며, 일상의 모든 습관이 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치매의 원인 질환은 50여 가지가 넘으며, 치매의 종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 치매가 80~90%를 차지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발견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는데요. 뇌 속에 아밀로이드라는 잘못된 단백질이 쌓이는 병으로 대개 70~75세경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혈관 치매는 혈관 안쪽에 기름 찌꺼기가 끼면서 뇌혈관이 막혀서 뇌세포가 죽어서 치매가 생기는 병입니다.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혈관 치매는 초기에 진단하면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 상태로 유지가 가능합니다. 치료를 혈관 치매 전 단계인 혈관 경도인지장애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혈관 치매에 걸리기 쉬운 7가지 위험 요소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심장병, 운동 부족, 비만이라고 합니다.

이제 왜 치매를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특히 한국인(20~40%)은 서양인(15~20%)에 비해 혈관 치매가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혈관 치매가 예방이 가능하다고 하니, 생활 습관 수정과 조기 검사로 미리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치매가 생기기 좋은 성격

게으른 성격, 예민한 성격,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3배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해당하는 것이 있어서 좀 겁이 납니다. 오늘부터 조금 더 반성하고 착하게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예방이 가능한 치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 글 작성에 신경과 의사 나덕렬의 EBS 명의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 이영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장)

 

이영주 이사장
이영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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