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화백 / 김병원
그 화백 붓도 물감도 없지
그런데도 명성이 자자해
온통 그림 재료는 말장난으로 하지
목줄기에 핏대를 세웠다가
카메라가 지나가면 슬금슬금 헛기침 한 번 하고는
다음 대상물을 스케치하지
평생 완성작이 한 편 없는데도
그는 항상 수입이 짭짤했어.
수십 년 만에 지독한 겨울이 왔다네
셔터 내린 공장에 기계가 멈췄지만
그래도 참 잘 돌아가는 게 있었지
바로 어깨 힘 가는 활동보고서와
정확히 주소 찾은 우편 카드 그리고 이메일이었어
후원금을 내달라는 부탁이었지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낸 만큼 감세해 주겠다는군.
오늘 뉴스에 또 출연했더군
최저임금제를 폐기하자고 하더군
또 저층에 반항 못할 피를 빠는구나 싶었어!
난 욕을 해버렸지
나도 몰래 ‘ㅆ’을 끼워 넣었어
화면 보고 말하길 참 다행이었지
마주 보고 했더라면 뺨이나 모독죄가 찍혔겠지.
난 중얼거렸어
최고임금 대폭 삭감은 어떻겠느냐고
그 화백 한 번도 수임료 사례비 봉급 그런 걸
사회에 반납해 본 적이 없었지.
해마다 자동으로 척척 몸값은 오르는데
아마 올해도 또
완성작품 기대하긴 어렵겠다 싶은 거야.
김병원 프로필
시조시인, 부천문인협회 회원, 『뉴 패턴 영어 회화 사전』 저자, 자동차 정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