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에 부천YMCA 6층에서 제7차 대장들녘 생명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전재경 법학박사(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가 대장들녘이 우리에게 어떻게 중요한가에 대한 방법론을 언급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고기값으로 평가하면 되겠습나까?”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물론 여기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대장들녘이 주는 생태계서비스를 말하며 ‘고기값’이란 경제가치로 환산된 대장들녘의 땅값을 의미한다. 전 박사는 개발사업 시행 절차상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 대신에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환경영향평가는 녹지가 얼마나 감소할 것이며 생물종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가를 두툼한 보고서에 담는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나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가?란는 물음에는 그저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만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물음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다.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말합니다.

이날 전 박사가 소개한 생태계서비스의 범주와 분류는 크게 공급서비스, 조절서비스, 지지서비스, 문화서비스, 구분된다. 공급서비스는 원료, 식량, 원자재, 맑은 물. 생물자원 등 대체로 시장가치로 쉽게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이다. 조절서비스는 수질정화, 꽃가루받이(수분), 기후조절, 홍수조절, 질병조절 등 쾌적한 환경과 관련된 공공재 혜택이 많다.  지지서비스는 광합성, 토양형성, 생물다양성, 서식처의 제공, 물질순환 등 근원적이고 간접적인 서비스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런 세 가지 서비스 위에 휴양과 생태관광, 경관미, 예술적 영감, 문화유산, 교육, 영적·종교적 가치 등 주로 삶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문화서비스가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생태계서비스 가운데 아주 적은 영역(사진에서 aob영역)만을 경재제로 평가하며 대부분의 영역은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자유재로 평가해왔다.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는 기존의 생물다양성이라는 환경영향평가의 한계를 넘어 생태계가 주는 공급, 조절, 지지, 문화서비스의 모든 영역을 평가해야 한다는 게 이날 전 박사가 발표한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다.
“대장들녘의 논을 땅값으로 치면 얼마 안 될 겁니다. 그러나 생태계서비스를 낳는 대장들녘으로 평가하면 아마 현재 땅값보다 열 배는 넘을 겁니다” 이러한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는 이미 미국, 독일 등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대장들녘의 개발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만으로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를 요구해야 한다면 새로운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생태계서비스를 향유할 권리는 주민 모두에게 있습니다

“대장들녘이 주는 생태계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땅의 주인이나 농사를 짓는 사람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생태계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법률적으로 사회경제적 이익이라 보고 주민의 자격이 있으면 권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손실에 대한 보상까지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본원상품과 파생상품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본원상품이 없으면 파생상품이 있을 수 없지만 수익은 파생상품으로부터 발생합니다. 대장들녘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가진 본원상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생태계서비스는 파생상품입니다.”
대장들녘의 개발을 둘러싼 논쟁을 함에 있어서  “대장들녘의 본원상품인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가지고는 비즈니스가 안됩니다. 이 본원상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생태계서비스 그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본원상품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땅 주인이어야 주장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파생상품인 생태계서비스는 땅 주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연자원을 향유할 법적인 권리가 있습니다.”

 


농어민은 생태계서비스를 생산하는 조력자로 보상을 받아야합니다

발표에 이어진 질의답변에서 전 박사는 생태계서비스가 생산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농어민들은 생태계서비스를 생산하는 조력자로 보아 그에 대한 보상(생태계서비스 지불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특정생태계서비스의 사용자 또는 수혜자가 공급자(개인 또는 지역공동체)에게 서비스 이용에 대한 일정액의 댓가를 지불하는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총칭하다. 지불의 형태나 주체는 다양하나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생태계서비스의 수요자인 시민 등이 된다. 그리고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와 생태계서비스 평가는 서로 배치되나?

  “자본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제(생산)자본(produced capital)과 신뢰나 협동 등 보이지 않는 집단의 능력을 사회자본이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자연자본(natural capital)입니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등은 자연자본 중에서 stock자본이라 합니다. 축적되어 있는 자본을 말하죠. 이러한 생태 생물 자본이 건강해야 거기서부터 나오는 flow자본인 생태계서비스도 건강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자연자본이라 합니다.  CBD(생물다양성협약)에서 자연자본의 가치에 대한 평가도구를 만들어서 2012년부터 각국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사회자본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자연자본 비율은 오히려 후진국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연자본에 대한 계정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장들녘을 다 깔아뭉개서 얼마를 투입하면 얼마가 산출된다는 계산은 나오지만, 대장들녘의 자연자원을 다 망가뜨려서 생산자본을 만드는데 망가지는 자연자본을 계산하는 산식이 없어요, 굉장히 후진적이죠.”

포럼에 참석한 남미경 부천시의원이 환경영향평가와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가 상충되지 않는지 묻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는 흐름이 같습니다. 즉, 환경영향평가에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잡아주고, 그것이 있어야 생태계서비스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개발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두 단계로 먼저 전체 개발에 따른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추후에 본 환경영향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대장들녘 개발에 대한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생태계서비스 영향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대장들녘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구가 쥐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의 전략도 새로 짜여질 듯하다.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툴과 법적인 권리에 대한 뒷받침은 주어졌다. 다만 이렇다 참고할만한 국내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구현하기까지 쉬운 걸음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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