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콩나물신문의 조합원 전현탁이라합니다. 창립멤버는 아니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콩나물신문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조합의 역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열정에 사로잡혀 헌신하고, 때로는 실망감에 등을 돌리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협동조합에 무지했던 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콩나물신문에 대한 애착으로 이 글을 씁니다.

참고로 이번 글은 지난 신문에 게재된 '협동조합의 가치와 고민, 우리는 왜 연대해야 하는가?(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김신양 선생의 글)'라는 기사를 읽은 분이라면 더 쉽게 읽혀질 것입니다. 이 기사는 오랜시간 침묵을 지키던 우리 조합원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이사와 실무진)는 지난 6년간 콩나물신문이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 돌아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1. 공동의 가치 실현?
국제협동조합연맹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을 말한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공동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단체일까요?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나요? 혹자는 시민의 힘으로 공정한 언론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필요해서다, 혹은 조합이 지향하는 가치가 공공의 이익을 부합하기 때문이다, 혹은 지역주민의 네트워크가 필요해서 만들어졌답니다. 이말을 들어보면 이말이 맞는 것 같고, 저말을 들어보면 그말이 맞는 것 같아 들을수록 아리송한 우리 조합의 공동 가치,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협동하지 않는 협동조합!
우리협동조합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협동조합들도 으레 그러하듯 조합원의 숫자는 곧 조합비의 규모이며, 조합비가 협동조합 운영비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조합원의 숫자는 곧 조합의 실질적인 힘을 나타냅니다. 어디 조합원이 몇백명이더라, 어디는 몇명이더라 그런 이야기가 지역 사회의 이슈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가치,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보다는 당장 내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넣기에 급급했습니다. 친하니까, 도움이 필요해서, 지역 내 같은 네트워크라서, 이렇게 모인 사람들로 위태롭게 한달 한달 유지되는 조합,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조합의 모습일까요?

3. 사실 내가 원하는 조합은 ○○○하는 조합이야.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합니다. 글을 쓰는 저도 의문이드네요. '나는 콩나물신문에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조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가치는?' 우리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 조합원이 원하는 가치에 대한 지도를 작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동력과 상당수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조합원 전체가 매달려야 될까 말까한 과제입니다.

4. 생각의 협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김신양 선생은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본의 협동, 노동의 협동, 생각의 협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생각의 협동은 결사의 과정,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생각의 협동이 선행되어야 자본과 노동의 협동이 가능해집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교육을 선행하고 지난 6년간의 시간 속에서 배웠던 것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조합원으로 등록하고 출자금과 조합비만 꼬박꼬박 나가는 시간동안 우리가 조합원을 위해 해줬던 것은 무엇인지 곱씹어봐야합니다.

5.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습니다.'
2019년 10월 현재, 우리에겐 아직 250여명의 조합원이 남아있습니다. 6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갈 사람은 가고, 접을 사람은 접고, 혹은 저처럼 중간에 한 번 나갔다 돌아온(잡힘)... 협동의 토대를 구축할 조합원들이 아직 남았습니다.

6. 재결사의 과정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
조합원의 자격에 대한 요건을 재정립하고 결사체로서의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것, 당장은 이탈과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건실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의 길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서로 더 끈끈하게 몸을 기대고 연대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여 조합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합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계획 1 : 정기총회때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한 지도 작성
-계획 2 :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인 협동조합 교육(매월)
-계획 3 : 협동조합 지역사회 건설을 위한 협동조합 경험 나누기(상시)

7. '협동조합 지역사회 건설을 위한 지역사회의 연대' 그 과제 속에서 콩나물신문협동조합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저는 단체나 기관의 홍보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뿐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협동조합의 실무를 대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협동조합만의 특화점을 잘 알고 있는 조직이 연대의 방식도 수월하다라는 것입니다. 의료복지, 상조서비스, 생산자협동조합, 농촌체험 등 비교적 일반 조합원이 접근하기 쉬운 성격의 협동조합들에 비해 언론협동조합은 난해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문학적인 자질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며 모든 조합활동이 기획력을 필요로 합니다. 바꿔서 이야기하면 다른 조합들은 할 수 없는 영역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연대로 하는 네트워크 구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내 협동조합 간의 유기적인 정보 전달의 매개체가 됨으로써 연대를 조직하고 콩나물신문만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협동조합 정보는 콩나물신문을 통한다’

8. 협동조합 실무자를 대하는 시선 바꾸기.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실무자는 늘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다만 그들과 함께 걷는 길을 우리가 몰랐을 뿐이라고 저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조합원과 조합원을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임금노동자인 협동조합 실무자의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혹은 ‘알아서 일해주는 활동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에서의 임금노동자는 협동조합을 알아야 하며,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총회를 따라야 하며, 이사회에 대표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조합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조합원과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조합비를 낸다고 조합실무자를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조합원이 계시는데,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들 역시 같은 조합원이고 부족한 조합살림에도 헌신적인 자세로 일하는 자랑스러운 동료입니다.


9. 다시 한 번 한뜻으로! 2019년 협동조합 교육생 12인을 모십니다.
6년 전 협동조합교육에 영감을 받아 뜻 맞는 장삼이사들이 모여서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그때의 열정, 헌신, 희망을 새로 벼려야합니다. 6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상황에 맞게 새로운 협동조합 교육생을 모집합니다. 12인은 은유적인 표현이라는 것 알고계시죠? 우리 함께 조합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실 분, 환영합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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