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사람들이 숲을 가장 많이 찾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단풍처럼 경치 구경을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지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풍성한 계절이지요. 맑은 가을 하늘은 열매를 무르익게 해줍니다. 등산이나 산책하러 왔다가도 밤이나 감, 대추 등의 열매를 보면 따고 줍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도토리 줍는 사람들은 다람쥐, 청설모와 다름이 없습니다.

채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가져가는 ‘양’과 ‘방법’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양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무한정 따려고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따는 방법입니다. 무한정 따려니 나뭇가지위에 달린 밤들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나무를 던지고 돌을 던지고 나무기둥을 발로 차고 가지에 끈을 묶어 흔들고 참으로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십니다.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합니다. 아이들도 채집 본능은 어쩔 수 없습니다. 돌을 던지고 나무를 휘두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어른들에 비해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죠.

 

참 신기한 것은 어떤 어른들은 채집하는 아이들을 쯧쯧 거리며 나무랍니다. ‘자연 보호’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수백 수천 개를 가져가는 어른이 아니라 많아야 1~2개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갖은 방법으로 따고 있는데 어떤 어른들은 따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모든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을 혼낼 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일부 어른들의 잘못도 말 할 수 없습니다. 보통 ‘버릇없다’는 이유로 말하지 못하게 합니다. ‘버릇없다’는 말의 뜻은 국어사전에 ‘어른이나 남 앞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없다.’라고 풀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어른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을 빼면 ‘남’에게 지켜야할 예의가 됩니다. ‘남’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으로 어른, 아이 모두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혼내는 어른과 채집하는 어른, 말 못하는 아이와 채집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 중 누가 더 버릇이 없는 것일까?’, ‘누가 예의가 없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어른이 아이를 존중해 주지 않고 아이도 어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 버릇이란 예의는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는 버릇이란 이름으로 어른에게 복종할 뿐이다. 예의가 복종이라면 올바른 사회라 할 수 없습니다. 평등한 사회는 수직사회가 아닌 수평사회입니다. 수직사회는 소수가 권력을 탐하지만 수평사회는 다수가 협력을 원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수직적 관계와 경쟁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인류에 협동이 없었다면 이미 멸종했을 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발견된 사실입니다. 인천 강화여고의 교가에는 ‘여자 다워라’라는 가사가 있고 교문 옆 큰 바위에 ‘여자답게’라고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자 교가는 ‘지혜로워라’로 교문은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라고 바꿨다고 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경쟁하지 않는 ‘부쟁’을 직접 선택한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도’를 ‘물’로 표현하며 경쟁하지 않음이 최고의 경지임을 강조합니다.

 

자연은 수평적입니다. 자연 안에서 모든 자연물이 존재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숲은 동식물과 인간을 가리지 않습니다.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대할 뿐이다. 높고 낮은 산도 프로 등산가와 아마추어 등산가를 가리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고 준비한 것만큼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구성원 각자의 삶이 달라질 뿐입니다.

아이들도 숲에서 평등합니다. 숲은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냥 품어줄 뿐입니다. 숲의 입장에서 보면 욕심 많은 어른이 응석을 부리는 까다로운 아이로 느껴질 겁니다. 견디다 못해 줄 것을 다 주고 자신이 없어지더라도 묵묵히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들의 행동은 순한 아이로 느껴져 귀여운 애교에 불과할 겁니다. 한없이 귀엽습니다. 욕심 많은 어른들이 다람쥐, 청설모, 다른 어른들과 경쟁하며 도토리를 몽땅 따지만 아이들은 그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숲에서 평등합니다. 평등한 숲에서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웁니다. 어른들이 방해하지 않는 한 오로지 자신의 놀이에 집중할 뿐입니다. 놀이를 하며 때론 다툼도 있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치다보면 배려와 나눔, 협력도 알아갑니다. 숲의 흐름은 수평적 삶입니다. 숲에서 놀았던 기억으로 아이의 마음에 자연의 수평적 리듬이 흐르길 기원해 봅니다. 가을입니다. 주말에 시간되시면 근처 숲길을 산책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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